경남 안계초 이론보다 수업 적용 '실패' 사례 공유
충북 성화초 교사, 학생 관점에서 수업 촬영, 협의
전남 임자고 학생 자존감 높일 '섬드리 수업' 개발
처음에는 수업기술과 학급경영에 대한 노하우를 배우려는 생각으로 모였지만 모임이 계속되다보니 결국 교사로서의 삶과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 자리가 됐다."
교육부총리상을 수상하게 된 경남 안계초 ‘질문 수업 탐구로 일궈낸 철학적 탐구공동체’의 양경윤 수석교사. 6명으로 구성된 안계초 공동체는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 수 있는 질문 수업을 공동 연구 주제로 정했다. 그리고 대화 중심 수업이 가장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과학 교과에 적용하기 위해 수업을 재구성했다. 과학 교과에서 성공한다면 다른 모든 교과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모아져서다. 수업은 단지 지식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과 도덕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생각에 과학에도 사회, 도덕 교과를 융합해 확장시켰다. 교사 혼자서라면 벅찰 작업이지만 함께 모이니 조금 더 수월해졌다.
그리고 매주 월요일 방과 후 두 시간씩 모여 수업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양 수석은 "질문 수업 방식에 대한 좋은 이론은 충분히 많지만 실제 수업에 적용해보면 책과는 다른 것이 현실"이라며 "이론대로 적용해보니 실패한 부분, 그것을 넘어서 극복한 방법을 서로 나눴다"고 설명했다. 매월 2회씩 진행된 수업 공개도 ‘잘 하는’ 수업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수업을 보여주며 함께 성장해 갔다.
또 수업탐구의 목적이 아니더라도 다른 교사들과 책을 통해 교육적 철학을 공유하자는 차원에서 매주 1시간씩 책을 읽고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해 교직원 문화로 확산시키기도 했다.
충북 성화초 수업협의회는 같은 학년을 맡고 있는 교사들끼리 모여 구성한 공동체다. 5학년을 가르치는 담임과 교과 전담 교사 12명이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1~2주마다 한 번씩 수업을 공개할 때마다 교사와 학생의 관점에서 각각 1대의 카메라를 배치해 촬영하고 교사도 학생 모둠에 참여해 배우는 과정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수업을 관찰하는 시선을 교사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바꾸자는 취지에서다.
수업 공개 후에 협의를 할 때도 수업에 대한 비난이나 평가로만 흐르지 않도록 ‘학생 배움이 일어난 지점’, ‘학생 배움이 멈춘 지점’, ‘수업에서 궁금한 점’, ‘수업에서 내가 찾은 의미’라는 네 가지 항목에 기반해 대화를 나눴다.
2학기를 앞두고는 협의회 교사를 3개 팀으로 나눠 수학, 과학 등 일부를 제외하고 전 교과의 교육과정을 3가지 주제에 맞춰 재구성하는 작업을 했다. 5학년 때 처음 접하는 역사 과목의 흥미를 높이기 위해 ‘고대하던 고대 여행’이라는 큰 주제를 잡고 국어, 사회, 미술, 실과 등에서 관련 내용을 융합해 18차시에 걸쳐 가르쳤다.
이 외에도 사춘기에 접어드는 학생들에게 가장 가까운 타인인 부모의 삶을 알고 공감하도록 ‘가만히 들여다보면’을, 민족적 자존감을 높이도록 ‘조선시그널’을 주제로 여러 교과를 융합해 20~30차시의 수업을 구성했다.
이노민 교사는 "교사를 단순히 교과서 전달자라고 하는 말도 있는데, 공동체 활동을 통해 수업을 재구성하고 활동자료를 만들면서 ‘교사의 전문성이 이런거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며 "학년부장이나 고경력 교사가 리더가 돼서 이끄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자신이 가진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면서 동료로서 함께 성장하는 시간이 됐다"고 밝혔다.
전남 임자고 국어·사회 교사 5명은 지역의 특성을 살려 ‘섬드리 수업’이라는 프로젝트 수업을 함께 준비했다. 서울로 수학여행을 간 본교 학생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이 어디에서 왔냐고 물어도 대답하기를 주저하는 것을 보면서 학생들의 자존감이나 애향심을 높여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그래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사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도록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창체활동과 연결시켰다.
시나리오를 배울 때는 임자도에서 발견한 우리의 것을 주제로 영화를 제작토록 하고 영화제를 개최했다. 지역 특산물을 소재로 하는 단편소설을 쓰도록 하고, 부모님이나 지역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자서전을 제작하는 활동, 임자도 관광지를 소개하는 가이드북 제작 등 학생 참여 중심의 수업을 진행했다. 전교생이 59명에 불과한 소규모학교로 교사들도 하나의 교무실에 모여 있다보니 수시로 생각을 공유하며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해갔다.
최문식 교감은 "학생 참여 중심의 즐거운 수업을 하다보니 학생들의 학습 동기와 학업성취도가 높아졌다"며 "기존의 수업방식에서 획기적으로 바꾸려다보니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학생들의 호응에 교사들이 모여서 노력한 보람이 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