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 있는 연세직업전문학교 교장 전형배(57). 그를 만나고 나서 직업전문학교에 대한 나의 배경지식이 완전히 잘못되었음을 알았다. 이 학교는 전체 재학생이 380명인데 이 중 비진학 인문계고교 3학년 학생이 80명이라는 것. 이른바 ‘고3 위탁 교육과정’이다. 이 학생들은 1년 동안 원적 고등학교를 다니는 대신 전문학교에서 실습 위주의 체계적인 훈련을 받고 졸업과 동시에 취업의 길로 접어드는 것이다.
그러면 재학생 300명은 어떤 부류의 학생들일까? 전문대학 이상을 졸업한 사람이 60%를 차지하고 나머지들은 검정고시, 특성화고교, 인문계 졸업생들이다. 그러니까 60% 정도가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한 사람들이 이 학교에서 자격증을 취득하고 취업을 하는 것. 이곳은 바로 취업 전 단계의 교육을 받고 있는 것. 그러니까 이 학교는 취업을 목전에 둔 인문계 고교 3학년 학생들과 일반인들이 다니는 직업 전문학교다.
이 학교는 수원시내 중심인 영화동에 독립된 최신식 건물 빌딩에서 최신 기자재로 수업을 전개하고 있다. 14학급 규모에 교직원 수만 30여 명에 달한다. 급당 인원수는 30명이다.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에게는 수업료가 없다. 전액 국비지원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가에서 학생들에게 21만6000원~31만6000원의 훈련장려금을 지원한다.
그러면 이 학교 교직원의 보수는 어떻게 지급되고 있을까? 교직원들은 국가에서 나오는 돈으로 보수를 받는다. 고용노동부에서 학생들에게 나오는 교육비가 이들의 보수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교직원들은 준공무원인 셈이다. 다시 말해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보수를 받고 있는 것이다. 전 교장에게 "정말 학생들은 1원 한 푼 내지 않나?"라고 물었다. "그렇다"라는 답변이 나왔다. 다만 자격증 검정 수수료(응시 비용)은 개인 부담이라는 것이다.
교직원들은 인문계고교 2학년 학생들에게 학교를 홍보한다.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이 80%가 넘는데 대학진학 의사도 없으면서 입시 교육을 받는 고교 3학년 학생들의 심적 고통은 매우 크다. 수업에 관심이 없어 그냥 엎드려 자는 학생들이 많다. 이런 학생들이 자기 적성에 맞는 기술을 익혀 취업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전문 직업학교의 존재 이유다. 이 때 학생 본인의 의시 결정과 2학년 담임교사, 진로상담교사의 진로 안내와 추천이 절대 필요하다.
이 학교에서 고교생들이 택하는 분야는 네트워크 보안, ICT 보안, 디지털 디자인 등이다. 취업률은 고교생이 70%, 일반인은 85% 정도이다. 이 학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최우수 훈련기관으로 지정 받았다. 이 학교는 취업률을 높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질 높은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보수가 높은 직종의 취업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전 교장은 그 비결의 하나로 학교의 우수한 교육프로그램 시스템을 꼽는다. 학생 개개인에게 담임을 붙여 놓아 취업 시까지 책임지도를 한다는 것. 일컬어 ‘담임이력제’라고 하는데 담임이 취업 멘토를 하는 것. 여기에 각 반별로 취업전담관 2명을 배치하여 취업에 조력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
이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주로 취업하는 곳은 판교 벤처단지나 구로 디지털단지, 수원산업공단 등이다. 대기업에서는 병역 미필자를 뽑지 않기 때문에 고졸자는 취업 자체가 제한된다고 전한다.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한 이들이 받는 연봉을 보면 보안분야는 2500만∼3000만 원 정도이고 디자인 분야는 2400만∼2500만 원 정도라고 알려준다.
전 교장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은 재학생들의 중도탈락. 고등학교처럼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7교시 수업이 이루어지는데 교육과정이 빡빡하다고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업 참여도가 높지만 일부 학생들이 장기결석(5일)으로 인한 퇴학은 구제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원적학교로 중도 복귀를 하는데 이들이 제대로 적응할 리가 없다.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너도나도 모두 다 대학을 향하지 말고 고교3학년 때 기술자격증 취득하여 취업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 대학 졸업했다고 취업이 잘 되는 것도 아니다. 취업을 위해 4년제 대학 졸업 후 전문대학으로 역진학한다는 소식을 들은 지 오래다.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한 가지 방법, 전액 국비 지원의 직업전문학교 진학도 한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