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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수업이야기] 수업의 민낯, 수업친구와 나누자


재작년부터 학교 안 전문적 학습공동체 직무연수가 도입돼 동료교사들을 중심으로 수업개선에 대한 공동연구와 공동실천 노력이 학교문화를 바꾸고 있다. 교사들의 실천 의지를 담아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운영하며 형식적인 동료장학을 지양하고 ‘수업친구 맺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Y중학교는 그런 사례 중 하나다.

Y중은 학기 초, 전문적 학습공동체 첫 번째 연수를 한다. 본격적인 동료장학 전이라 앞으로 참관할 수업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나누면 좋을지에 대해 안내한다. 선생님들은 모둠으로 앉아 15분 분량의 수업동영상을 본 후 수업자에게 수업장면 중 의미 있는 지점을 얘기해주고 궁금한 점을 물어보며 수업에 대한 피드백을 해주는 실습을 해본다. 물론 수업자의 소감을 통해 수업 의도나 수업을 준비하며 힘들었던 과정도 들어볼 수 있는 자리다. 수업자의 시선으로 수업을 바라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렵게 마련된 참관 기회를 수업성장의 디딤돌로 삼으려면 수업보기의 안목과 수업친구로서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교사가 30명 정도인 Y중은 4월에 동료장학을 시작하면 보통 6월 중순쯤 끝을 낸다. 전문적 학습공동체 연수 때 지금까지 진행된 동료장학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경험을 나눈다. 수업동영상 촬영이 꼭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교실 앞쪽에서 촬영한 동영상은 수업 속 학생들의 역동성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의미 있다. 수업동영상을 보다보면 캡처해서 다시보고 싶은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함께 공유해볼 만한 장면을 PPT에 담아서 전문적 학습공동체 연수 때 선생님들과 나누다 보면 서로 배울 게 참 많다. 

예를 들어 1학년 영어수업을 보면 학생들이 교탁 위의 작은 쓰레기통에 뭔가를 던지는 모습이 나온다. 동 교과 선생님들과 달리 수업을 참관하지 않은 교과 선생님들은 이 모습에 의아해했다. 그 선생님은 이면지에 영어로 자기 별명을 쓰게 한 후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영어로 적게 하고, 미리 준비한 깨끗한 쓰레기통에 그 종이를 공처럼 뭉쳐 골인시키라고 했다.  쓰레기통 내용물을 추첨해서 실물 화상기에 비추면 학생의 이름 대신 영어로 된 별명이 나오는데, 그 별명을 가진 친구가 누구인지 알아맞히는 게임이다. 선생님의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학생들은 사전을 찾아보고 친구에게 묻느라 바쁘다. 골인시키기 위해 슛 동작을 하다 보니 졸음도 달아난다.

2학년 기술 수업 장면 중에는 모둠원과 힘을 합쳐 기계 조립에 열중하고 있는 한 학생이 눈에 띈다. 담임 선생님과 몇몇 교과 선생님은 잘 알지만 그 학생을 모르는 선생님도 있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자폐 성향이 커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소통에 어려움을 겪던 도움반 학생이다. 학년이 올라가고 학교생활에 점차 적응하면서 긍정적으로 변화된 모습을 지켜보며 1학년 때 그 학생을 가르쳤던 선생님들은 가슴이 찡한 표정이었다. 

연배가 조금 있는 수학선생님의 수업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선생님은 수업 시작 때 흥미유발이 어렵다는 고민을 수업친구에게 털어놓았고, 학습목표를 초성퀴즈로 내며 시작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동영상을 돌려보니 선생님은 ‘인수분해 문제를 풀 수 있다’를 초성퀴즈로 유도하기 위한 연습문제로 ‘ㄷㅇㅅㅇㅇㄹㄷㄷ’를 화면에 띄우며 수업을 시작했다. 사실 선생님은 “담임샘은 아름답다”라는 답을 기대했는데 학생들로부터 돌아온 답은 “담임샘은 오래됐다”였다. 얼굴이 빨개진 선생님과 예측불허 학생들의 기발한 상상력에 교실은 웃음바다가 됐고 수업은 신나게 시작됐다.

동료장학 되돌아보기에서 관심이 모아진 비주얼씽킹, 토론, 협동학습 등의 수업을 진행했던 선생님들은 다음 연수 때 주제별 분과의 강사로 나서 수업설계와 수업진행의 꿀팁을 소개했다.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결실은 무엇보다 수업에 관심을 가진 동료선생님들끼리 수업친구를 맺고 자발적인 수업공개와 수업나눔에 동참하게 됐다는 것이다. 수업전문가는 아니지만 학교사정과 학생실태를 잘 알고 있으니 수업친구와는 더 구체적으로, 더 집중해서 수업대화를 나눌 수 있다. 수업친구와 수업을 나눈다는 것은 내 수업을 거울로 비춰보는 작업이다. 수업친구는 내 수업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봐줄 수 있는 안전지대이며, 제일 가까이서 나의 수업고민을 깊이 공감해주고 성찰하게 해주며 함께 성장해가는 수업코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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