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9일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조기 대선으로 차기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체계를 거치지 않고 임기를 시작한다. 교육정책의 안정성과 계속성에 대한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교육을 정치이슈화 하는 설익은 공약에 대한 걱정도 높다. 이에 본지는 교육현장이 진정 바라는 교육정책과 교육대통령의 길을 제시하고, 교육가족의 올바른 선택을 돕기 위해 대선기획 ‘선택, 교육대통령’을 마련했다.
대선 예비 주장들이 내놓은 학제, 교육부 폐지 등 매머드급 공약이 연일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현장 교원들의 바람은 소박하고 단순하다.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오롯이 아이들만 보며 교육할 수 있게 해달라는 목소리다. 소신과 초심을 흔드는 성과주의, 과열 입시경쟁, 교육당국의 학교 정치장화를 거둬달라는 호소다.
교원들은 무엇보다 2001년부터 도입된 교원성과급제 폐지를 요구했다.
충남 A초 임 모 교사는 “학생교육을 위한 교직의 협력 문화를 붕괴시키고 교원 사기를 저하시키는 성과급은 당연히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한국교총이 교원 17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교원성과급이 교원의 질과 사기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94%가 부정적(전혀 그렇지 않다 74%, 그렇지 않다 20%)이라는 답했고 46%는 제도 폐지를 요구했다.
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는 “학교마다 대부분 정량적 기준을 적용하다보니 수상 실적이나 연수 시간, 수업시수에만 치우치게 되고 정작 교사의 본분과 밀접한 학생 상담이나 교육에 대한 열정 등 정성적 요인은 소홀하게 만들고 있다”며 “담임이나 부장 등의 업무난이도나 기피 현상을 감안해 이들의 수당을 현실화시켜 실질적인 보상기제가 되도록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학생을 공부 기계로 만드는 입시제도도 완화해야 한다는데 주문이 잇따랐다.
최 교사는 “대선 때마다 입시 제도를 바꾸겠다는 공약이 나오면서 교육 현장은 술렁거린다”며 “학교 현장이 주입식, 암기식 문제풀이에서 벗어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토론식, 발표식 수업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입시,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혁제 부산진로진학지원센터 장학관은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성, 문제해결력 등에 맞춰 최근 10년간 입시 체계를 바꿔왔는데 갑자기 수능 위주의 정시로 가겠다고 정책 방향을 극단으로 바꾸는 것은 학교 현장을 모른 채 단편적인 문제만을 본 것”이라며 “공교육 시스템은 바뀌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정권에 따라 제도가 바뀌면 빠르게 변화하는 사교육을 이용할 수 있는 경제력 있는 사람들만 쉽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동우 대구 청구고 교사도 “학생부종합전형에 힘입어 느리긴 하지만 교실 수업과 평가를 교육과정 중심으로 일치시켜 나가는 노력이 보편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일부 정치인들이 교육 현장을 모르고 수능 배치표 체제로 돌아가자고 말하고 있다”며 “금수저를 위한 전형으로 악용되고 있는 수시 특기자 전형은 폐지해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고 수능은 자격고사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정책적 충돌을 완화하고 교육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범정부적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교육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창희 서울 상도중 교사는 “교육부와 교육청의 갈등으로 학교만 괴롭고 정작 단위학교의 자율성은 무시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교육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교육 정책이 추진돼서는 안되도록 교육감 자격, 선거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할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김희규 신라대 교수는 “지금까지 단기적, 대증적 현안에 매몰된 행정가 중심 교육정책, 정치적 논리에 따른 교육정책이 추진돼 왔다”며 “다양한 교육 구성원이 참여해 장기적인 교육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설치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위원회는 교육부뿐만 아니라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적 차원에서 구성돼야 교육정책의 안정성과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이재철 경기 흥천중 교사는 “교직 경력 10년 주기로 전문성 신장이나 재충전의 기회를 갖도록 하는 자율연수휴직제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며 “무급으로 돼 있어 유명무실한 만큼 보수나 근속경력을 50%라도 인정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목진덕 서울남강중 교사는 “교육활동을 가장 저해하는 주범 중 하나는 행정업무”라며 “교사에 대한 행정 업무를 금지하거나 각종 공문을 행정실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법제화할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