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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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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죄송해요. 아저씨! 다치신 곳은 없으세요?"

요즘 십대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된다는 선입견 버려야!

일요일 오후, 점심을 먹고 잠깐이나마 운동할 요량으로 아파트 근처 초등학교를 찾았다. 학교 운동장에는 중학생 여러 명이 편을 나눠 축구를 하고 있었다. 운동장 트랙 위에는 몇 명의 사람들이 열심히 조깅하며 운동장을 돌고 있었다. 그리고 운동장 한쪽에는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배드민턴을 하고 있었다. 

사실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 한번 제대로 못 했다. 그리고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운동하려고 하면 행사와 약속이 겹쳐 무산된 적이 여러 번. 그런데 오랜만에 약속 하나 없는 휴일을 맞이했다. 무엇보다 운동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봄 날씨였다. 

이미 트랙을 따라 운동장을 돌고 있는 사람들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운동장을 몇 바퀴 돌았을까? 어느새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조금 피곤했지만, 기분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한 바퀴만 돌고 쉬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운동장을 돌고 있는데 무언가가 내 뒤통수를 때렸다.

순간, 걸음을 멈춰 뒤돌아보니 발밑에 축구공 하나가 뒹굴고 있었다.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던 한 아이가 찬 공이 빗맞아 내 머리를 맞춘 것이었다. 저 멀리서 공을 찬 아이로 보이는 한 아이가 나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아저씨, 공 좀 차 주세요."

그 아이는 다가와 사과는커녕, 연신 공을 차 줄 것을 요구했다. 순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녀석이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를 불러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가르쳐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녀석이 공을 가지러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공을 차 주지 않자, 녀석은 내게 달려왔다. 그리고 공을 건네주지 않은 것에 화가 났는지 녀석은 나를 노려보며 발 옆에 있는 공을 말없이 가져가려고 했다. 녀석의 그런 행동을 가만히 지켜볼 수가 없었다. 

"얘야, 먼저 사과를 해야지."
"무슨 사과를~요."

녀석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른 듯 공만 가져가려고 했다. 그리고 재차 사과(謝過)를 요구하는 말에 녀석은 변명만 늘어놓았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일러주며 야단을 쳤는데도 녀석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려 하지 않았다. 이런 문제로 이 녀석과 승강이를 벌이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없이 공을 건네주며 녀석을 돌려보냈다. 그리고 계속해서 운동했으나 그다지 기분은 좋지 않았다. 

잠시 뒤, 시합을 마친 아이들이 내게 우르르 달려왔다. 조금 전 나에게 꾸중을 들었던 녀석도 그 무리에 있었다. 순간, 겁이 나 주변을 살폈으나 도움을 요청할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계속해서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아이들을 주시하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중, 고학년으로 보이는 한 아이가 내 앞으로 다가와 넙죽 인사를 했다. 

"죄송해요. 아저씨! 다치신 곳은 없으세요?"

그러자, 내게 야단을 맞았던 녀석도 정중히 사과하며 용서를 구했다. 매주 일요일 이곳에서 공을 찬다며 아이들은 친구의 잘못을 용서해달라고 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십 대의 돌발 행동을 우려했던 나 자신이 우습게 여겨졌다. 그리고 아이들의 행동에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한편, 생각지도 않았던 아이들의 진정한 사과에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땀으로 범벅이 된 아이들에게 음료수를 사주며 다음 주 일요일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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