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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경기 병설 특수학교 추진 논란

도교육청 “통학거리 단축, 학교급별 교육 가능"
“장애학생 고립 심화, 교육 질 하락" 반론도

경기도교육청이 특수학교 부족 문제의 해결책으로 병설 특수학교 설립 방안을 꺼내들어 논란이다. 
 
도교육청은 기존 일반학교의 유휴공간 등을 활용해 소규모 병설 특수학교를 만들면 원거리 통학문제를 해결하고 장애학생·학부모의 선택권도 확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같은 공간에 일반·특수학교를 같이 두고 별개로 운영하는 것은 장애학생의 고립을 심화시키고, 특수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부작용만 낳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도교육청이 마련한 '병설 특수학교 모델(안)'에 따르면 병설 특수학교는 기존 일반학교의 유휴공간을 활용하거나 학교 신설 시 함께 설치하는 방식으로 설립된다. 규모는 6~12학급으로 유치원부터 전공과까지 모두 아우르는 기존 대형 특수학교와 달리 단일 학교급 학생만 배치해 맞춤 교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교장은 일반학교 교장이 겸하되 특수학교 교감을 따로 두고 예산·행정면에서 일반 학교와 분리된 별개 학교로 운영된다. 학급당 배치되는 교사는 초등 1.5명, 중학교 2.1명, 고등학교 2.2명으로 학급당 1명인 특수학급보다 훨씬 많다. 행정직원이나 실무사, 보조인력도 일반학교와 별도로 배치된다.  
 
22일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에서 열린 '특수학교 설립 개선 간담회'에서 김현수 도교육청 장학사는 병설 특수학교 설립을 통해 △장애학생 원거리 통학 문제 해소 △학생·학부모의 선택권 확대 △지역 주민 반대로 인한 부지확보 어려움 해소 △행·재정적 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행 초·중등교육법 5조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대해서만 상호 병설을 허용하고 있어 특수학교도 병설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 패널들은 이 같은 도교육청 방침에 우호적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플로어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경기 송민학교 학부모는 "지금 특수학교가 붐비는 것은 특수학급이 학교에서 소외돼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병설특수학교 설립이 포인트가 아니라 특수학급에서 통합교육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천에서 온 학부모는 "우리 지역엔 폐교가 6개나 있는데도 특수학교를 지어주지 않으면서 부지가 없어 병설로 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아이가 특수학급에 다니다 비장애 학생에게 심하게 맞아 학교에 가지 못한 경험이 있다"며 병설에 반대했다.
 
한국특수교육총연합회, 전국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특수교육 관련 단체들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강진운 한국특수교육총연합회 회장은 "특수학교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기존 사립학교에 대한 지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병설로 양적 확대만 추진하면 특수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남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장은 "기존 일반학교를 아무리 개조해도 휠체어가 다닐 비탈길 등을 조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병설학교가 허용되면 특수학교시설·설비기준이 낮아지는 등 기존 특수교육의 틀이 망가질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이어 "과거 유럽에서도 병설 학교와 유사한 '쌍둥이학교'라는 제도를 시도한 바 있지만 실패해 전부 없어졌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역시 부정적인 입장이다. 김은숙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 과장은 "병설 특수학교가 통합교육을 저해하고 장애학생의 사회적 통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학계와 교육계의 주된 의견"이라며 "우려가 많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법 개정을 추진하기 보다는 다양한 의견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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