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들은 교장이 권한이 없다고 한결같이 이야기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학교에서 중요한 사항을 결정할 경우, 최종결정은 교장이 하게 된다. 힘들다고 하지만 그래도 교사들만큼은 아닐 것이고, 교감 만큼도 아닐 것이다. 필자는 교장을 안해봐서 알 수 없지만 통념적으로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정부가 새로 들어서면서 슬그머니 교장공모제 확대시행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고 한다. 교장공모제는 학교를 혁신하겠다는 전교조의 주장을 교육부에서 일부 수용해서 도입된 제도로 보는데, 여기에 진보교육감들이 대거 들어서면서 탄력을 받고 있는 제도이다. 젊고 유능한 교사를 교장으로 임용해 학교혁신을 이끌겠다는 것인데, 이는 정상적으로 승진한 연세가 꽤 있는 교장들에게는 아주 모욕적인 이야기가 된다.
그럭저럭 공모교장이 여럿 탄생했고, 일반교사보다는 전문직 출신들이 더 많이 교장공모제를 활용하고 있다고도 하고, 전교조 출신들이 많이 진출해 있다는 이야기도 듣고 있다. 사실이 어떻든 진보정권에서 진보교육감들이 자신들의 전유물처럼 활용한 것은 여러 정황상 확실해 보인다. 그러니 앞으로 이 제도를 더 확대시키려고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겠다.
그런데 이번에는 교장선출보직제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전교조에서 정권교체에 지대한 공을 세웠기에 주장하고 있고 이를 받아들이는 모양세다. 전교조가 그렇게 정권교체에 공헌을 했다면 교사들이 선거에 관여했다고 볼때 위법 행위를 한 것이다. 도리어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것이 아니라 법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렇게는 절대로 하지 않을 것 같긴 하지만....
교장을 선출해서 뽑는다면 전교조 분회장이나 교총 분회장이 가장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물론 그럴수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혁신학교나 전교조 세력이 세다고 알려진 학교들의 예를 보면 꼭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혁신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이 모두 전교조는 아니다. 다른 학교보다 다소 많은 학교들이 있지만 교총소속도 있고 무소속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전교조 성향으로 쏠리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즉 전교조 교사들의 주장이 워낙 강하다 보니 무소속 교사들도 은근히 그들에게 동조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아니면 아니다라고 확실히 주장할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기간제 교사들도 이들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으면 뭔지는 모르지만 불이익을 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떤 문제에 대해 투표로 결정하면 항상 결과는 같게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혁신학교를 두고 교장, 교감은 껍데기만 있을 뿐이라는 이야기도 자주 들린다. 쉽게 웃어넘길 이야기가 아니라고 본다.
선출보직제 하자는 이야기가 왜 나오는가. 당연히 그들이 교장을 하겠다는 것이다. 왜? 정상적으로 노력해서 교장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교원단체 활동을 열심히 해서 교장이 되겠다는 것이다. 현행 승진체제를 완벽히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교장공모제확대와 선출보직제 도입은 학교의 민주화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미 학교는 민주화됐고, 도리어 전교조가 민주화에 역행하고 있을 뿐이다. 무조건 투표해서 결정하고, 성과상여금 균등분배를 주장하며, 다수라는 명목으로 무조건 해야 한다는 그들이 학교민주화를 주장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들이 민주화를 주장하면서 의견을 들어 결정한다고 주장할 때 학교의 기관장인 교장은 비민주적인 그들의 행동에 교장으로서 해야 할 일들을 제대로 못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만일 다수결을주장하다가 통하지 않으면 다수결이 항상 옳은 게 아니라는 주장을 하는 것도 그들이다.
학교의 주인은 교사가 아니다. 교장도 아니다. 교육의 3주체라는 말을 하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주체는 학생들이다. 학생들이야 교장 공모제나 선출보직제에 관심이 없겠지만 민주주의에서의 민주적인 방식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질 것이다. 민주적인 방식이 다양하다는 것을 가르쳐야 할 교사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찾는 것이 맞는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솔직히 학교의 민주화를 위한 선출보직제 주장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무능한 교장선생님들이 정말로 그렇게 많은지, 공모제나 선출보직제가 도입되면 모두 유능한 교장이 되는 것인지 정말 납득하기 어렵다. 교장공모제확대, 선출보직제 검토는 당장 거둬 들여야 한다. 우리는 교육을 하고 싶을 뿐, 정치화된 학교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