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가 울 때, 왜 우는지 궁금합니다. 아이가 울 땐 더욱 그렇습니다. 아이를 울게 하는 것처럼 나쁜 일이 이 세상엔 없을 거라 여깁니다. 짐승이나 나무, 풀 같은 것들이 우는 까닭도 알고 싶은데, 만일 그 날이 나에게 온다면, 나는 부끄러움도 잊고 덩실덩실 춤을 출 것입니다.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20년 교직 생활의 14년을 강원도 산골과 탄광마을의 분교에서 보내다가 지난 97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동화작가이자 시인 임길택 씨가 남긴 산문과 교단일기가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묶여 나왔습니다.
"산비탈을 깎아 겨우 교실을 짓고 손바닥만 한 운동장을 가진 탄광 마을 학교였다. …아이들은 그 애를 오줌싸개라고 불렀는데 그 애 몸에서는 늘 지린내가 나고 행동은 굼떴다. 영심이가 우산도 없이 낡은 신주머니를 머리에 대고 터덜터덜 탄 물 흐르던 언덕길을 오르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애와 같이 우산을 쓰고 가려는 아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그 애의 친구는 늘 제 그림자였다."
"선생님, 저는 선생님이 이르신 대로 깨끗하게 하고 다녀도 친구를 못 사귀었어요. 그러나 큰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선생님이 편지에다 쓰셨지요. 열심히 책을 읽고 마음 바르게 먹으면 언젠가는 좋은 친구들이 생긴다구요. 오영심 올림"
임 선생님의 교단 일기에는 수많은 영심이가 등장합니다. 76년 첫 부임지였던 강원도 정선의 도전초등분교에서 만난 옥희와 복녀, 사북초등교로 전근가서 만난 금주, 중유초등교 때의 영근이…. 왕따 동영상 파문이 몰고온 파장의 충격만큼이나, 다른 아이들에게 따돌림당하는 아이들을 더욱 따뜻하게 품어 안았던 임 선생님의 존재가 크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