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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카페> "슬기로운 교사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배움의 도-파멜라 메츠 지음/ 민들레


노자의 도덕경 81장을 미국인 저자가 '배움'을 주제로 풀어 썼다. 짧은 경구들은 교실에서 교사가 어떤 자세로 학생을 이끌어야 하는가에 대해 깨우침을 주는 한편 인간이 평생 여러 가지 다른 맥락에서 수행하는 '가르치고 배우는 일'의 근본을 성찰하게 한다. 새학기를 시작하면서 슬기로운 교사가 되고자 다짐한 당신께, 이 책에 대한 구구절절 설명보다는 주옥같은 경구 한 구절 옮겨놓는 것이 훨씬 득이 되는 가르침이 아닐까.


# 말없이 가르치고=세상에 있는 것들은 모두 반대편 짝이 있다. 그것들은 저마다 세상에 있기 위해서 짝이 있어야 한다. 선(善)과 악(惡) 가득 참과 텅빔. 부(富)와 가난, 흑(黑)과 백(白). 그러기에 슬기로운 교사는 말없이 가르치고 하는 일 없이 한다. 모두 그가 이룬 것들이다. 그러나 그것들을 자기 것으로 삼지 않는다. 일이 다 끝나면 그는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

# 멈출 때를 안다=말을 너무 많이 하면 학생들은 안 듣는다. 너무 오래 앉아 있으면 학생들은 지쳐 떨어진다. 너무 열심히 하면 길을 잃고 만다. 교사와 학생들은 배우기를 멈추고 서로 떨어져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거리가 교사와 학생에게 학습으로 돌아가 서로 만날 수 있도록 해준다. 슬기로운 교사는 멈출 때를 안다.

#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서=그대는 누구를 가르칠 때 그 일을 왜 시작했는지 기억할 수 있는가. 그대는 장애물들 앞에서 유연(柔軟)할 수 있는가. 그대는 영문 모를 어둠 속에서 마음의 눈으로 밝게 볼 수 있는가. 그대는 남을 잡아끌지 않으면서 부드럽게 이끌어 줄 수 있는가. 그대는 길을 뻔히 보면서도 남이 스스로 그것을 찾아내도록 기다려 줄 수 있는가. 기르는 방식으로 가르치기를 배우라. 손에 넣지 않고 가르치기를 배우라.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서 도와주기를 배우라.

# 거들어주는 교사=슬기로운 교사가 가르칠 때 학생들은 그가 있는 줄을 잘 모른다. 다음가는 교사는 학생들한테 사랑을 받는 교사다. 다음은 학생들이 무서워하는 교사다. 가장 덜 된 교사는 학생들한테 미움받는 교사다. 교사가 학생들을 믿지 않으면 학생들도 그를 믿지 않는다. 배움의 싹이 틀 때 그것을 거들어주는 교사는 학생들로 하여금 그들이 진작부터 알고 있던 바를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돕는다. 그가 일을 다 마쳤을 때 학생들은 말한다. "야 대단하구나! 우리가 해냈어"

# 부드럽게=훌륭한 교사는 학습계획을 부드럽게 짠다. 교재에 묶여 진도 나가는 데만 급급하지 않는다. 훌륭한 교사는 자신의 직관을 따르며 그것의 안내를 받아 학습을 진행한다. 훌륭한 교사는 선입견에 얽매이지 않고 눈앞에 일어나는 것에 대하여 언제나 마음을 열어놓고 있다. 탁월한 교사는 모든 학생이 가까이하기 쉬운 교사요, 그 누구도 거절하지 않는 교사다. 그는 비상사태를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그것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다. 이를 일컬어 부드럽다고 하는 것이다. 좋은 학생은 나쁜 학생의 교사 아닌가? 나쁜 학생은 좋은 교사의 도전 아닌가? 이 말의 이치에 어긋난다고 생각되는가. 그렇다면 그대가 아무리 많은 학위를 땄더라도 그대는 길을 잃고 말 것이다.

# 벌은 훈련의 수단=벌(罰)은 훈련의 수단이다. 슬기로운 교사는 그 수단을 쓰지 않는다. 벌(罰)은 두려움을 주는 수단이다. 슬기로운 교사는 그 수단을 조심스레, 그리고 필요한 경우 매우 절제(節制)하면서 쓴다. 평화는 참으로 값진 것이다. 만일 평화가 깨진다면 교사가 무엇으로 만족할
것인가. 학생들은 교사의 적(敵)이 아니라 그와 똑같은 인간이다. 교사는 그들을 해치고 싶지 않으며 그들에게 벌주는 것을 즐기지도 않는다. 어떻게 교사가 학생의 실패를 즐거워하며 그들이 자제(自制)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기뻐하겠는가. 슬기로운 교사는 크나 큰 연민(憐憫)을 품고
배움의 장(場)을 만들어 간다. 거기서는 자기 훈련이 목적이다.

# 뛰어난 가르침=뛰어난 교사는 힘있는 교사가 되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런데도 진정 힘이 있다. 보통교사는 힘을 지니려고 한다. 그런데 넉넉한 힘을 지니지 못한다. 슬기로운 교사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가 하지 않는 일이 없다. 보통교사는 언제나 바쁘다. 그런데 아직 못한
일이 많다. 인자(仁慈)한 교사는 무엇인가를 한다. 그런데 아직 못한 일이 좀 있다. 고지식한 교사는 무엇인가를 한다. 그런데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엄격한 교사는 무엇인가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폭력을 쓴다. 道가 상실될 때 거기 인자(仁慈)가 있다. 인자(仁慈)가 상실될 때 거기 덕행(德行)이 있다. 덕행이 무너질 때 거기 반복되는 일상(日常)이 있다. 일상(日常)이 쓸모 없는 관습으로 될 때 거기서 무질서가 비롯된다. 그러기에 뛰어난 교사는 앞면(全面)이 아니라 전신(全身)에, 꽃이 아니라 열매에 관심한다. 그는 진실(眞實)의 세계에 살면서 미망(迷妄)을 버린다.

# 등수=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을 알면 그대가 움켜잡으려고 애쓸만한 것이 없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시도해보지 못할 것이 없다. 성적과 등수(等數)로 학생들을 다스려 보려고 하는 것은 신(神)을 가지고 장난치려는 것과 같다. 남의 연장을 사용하면 그대 몸을 상(像)할 것이다.

# 배움의 도=슬기로운 교사는 자신의 요점(要點)을 구차스레 설명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요점을 굳이 설명해야만 하는 사람이라면 슬기로운 사람이 아니다. 슬기로운 교사는 재산이 따로 없다. 학생들을 많이 도와주면 도와주는 만큼 부자다.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남에게 나눠주면 나눠주는 그 만큼 보상(報償)이 크다. 학생들 스스로 길을 찾게 하는 가운데 그들을 길러내는 것이 곧 배움의 道다. 배우기를 강요받지 않을 때, 학생들은 배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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