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모두가 어려움에 매어있지는 않다.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도 마찬가지다. 간혹 어려움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
아들러 상담에서는 이런 학생들이 어려움에서 빠져나오도록 도울 방법으로 ‘마치 ~처럼(as if)’ 기법을 제안한다. 사람들에게 할 수 있으면 ‘마치 ~처럼’ 행동해 보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을 교실에서 쉽게 적용한 사례를 살펴보자.
▶3학년을 지도하는 A교사는 발표를 할 때 잔뜩 긴장하는 B학생을 돕고 싶었다. B는 잘 알고 있는 것도 발표할 때가 되면 움츠러들어서 목소리가 작아지고 덜덜 떨기까지 했다. 하지만 B는 발표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매번 손을 들었다. A교사는 방과 후에 B를 불러 잠깐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오늘 발표, 아주 재미있는 내용이더구나.”
“그죠? 선생님도 재미있었죠? 그런데 저는 발표할 때마다 목소리가 작아져서 걱정이에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그렇다면 혹시 발표목소리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니?
A교사의 제안에 B는 학급의 방송부 아나운서를 이야기했다. 이어서 A교사는 아나운서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드는 건지 특징을 함께 분석했다.
“아나운서는 차분하게 말을 하구요. 일부러 크게 이야기하려고 하지도 않는 거 같아요. 또 사람들이 자기를 모두 쳐다볼 수 있게 시간을 줘요.”
“B야. 그렇다면 지금부터 아나운서가 됐다고 생각하고 연기를 해보면 어떨까? 일주일 정도만 아나운서처럼 살아보는 거야. 발표 목소리가 작은 역할은 놔두고, 아나운서 역할을 맡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마 방송부 아나운서도 아나운서 역할을 연습하는 건 아닐까?”
이야기를 듣는 B의 눈이 반짝였다. 일주일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 B는 먼저 A교사를 찾아 와 말을 걸었다. 처음에는 잘 되지 않았지만 아나운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고 연습하니 쉬웠다고, 그래서 발표하는 게 더 재미있어졌다고 말했다.
이 사례에서 A교사는 ‘마치 ~처럼’의 기법을 B학생에게 설명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마치 자기 스스로에게 배역을 주고 연기를 하게 하는 연출자와도 같다. B는 스스로에게 ‘발표를 어려워하는 학생’ 역할을 주었다. 그런데 그 역할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다. 이때 A교사는 새로운 역할을 제안했고 B는 그 역할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B는 아나운서라고 하는 구체적인 모습을 생각했기 때문에 수월하게 새 역할을 연습할 수 있었다. ‘마치 ~처럼’ 기법이 주는 공통된 메시지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내가 문제가 아니며, 나는 문제를 겪는 사람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문제의 해결이다.’
‘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역할을 선택할 수 있다.’
학생이 당면한 어려움을 교사나 부모가 해결해 주었을 때, 그 학생은 같은 어려움에 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학생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힘을 길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할 사람은 바로 자신임을 알아차리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글을 읽는 교사들도 자신에게 새로운 역할을 주는 것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해중 광주 경양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