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은 병자호란 때 인조가 청나라 군대를 피해 47일 간 대항하다가 차츰 먹을 것이 떨어지고 공격을 당해낼 수 없게 되면서 항복한 곳입니다. 한겨울에 왕은 산성의 서문인 우익문을 나와 적장 앞에서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세 번 절하고 절할 때마다 머리를 땅에 찧는 청나라 의식)를 했죠. 역사적으로 가장 무능한 왕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인조. 아프고 무거운 역사가 얽힌 곳이자 세계문화유산이 된 이곳 남한산성에서 당시 그들의 심정을 느껴봅시다.”
한국교육신문과 (주)여행이야기가 공동 주최한 ‘남한산성’ 무료 답사 이벤트가 27일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 일대에서 개최됐다. ‘남한산성, 조선의 하늘이 무너진 곳’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답사는 병자호란과 인조, 남한산성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역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답사는 남한산성 행궁에서 출발해 수어장대와 우익문(서문), 전승문(북문)을 거쳐 다시 행궁으로 돌아오는 3시간 여 코스로 진행됐다. 답사에 참가한 교원들은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강사로 나선 박광일 여행이야기 대표의 설명에 고개를 크게 끄덕이거나 수첩에 꼼꼼히 메모를 하면서 병자호란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었다.
박 대표는 답사 내내 이야기가 담긴 포인트마다 병자호란 당시 조선의 정세와 청의 침략으로 인조가 남한산성으로 피란을 온 과정부터 항복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사실과 교과서 밖 숨겨진 일화를 들려주며 참가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그는 “인조는 이곳에서 47일 동안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수라상에 닭다리 하나가 올라올 정도로 식량이 떨어지고, 청나라 대포가 행궁안에 떨어지기 시작하는데다, 강화도마저 함락됐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전의를 상실하고 항복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록 조선은 항복했지만 후대 왕들은 남한산성 행궁 안에 종묘와 사직을 옮겨올 건물을 지을 정도로 여전히 그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역사에 관심을 갖게 돼 참여하게 됐다는 홍영택 서울 누원고 교사는 “혼자 오면 특별한 의미를 발견하기 힘든데 답사를 통해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보니 문화재가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느껴져 감동”이라며 “과거의 삶과 현재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깨닫게 되면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정례 용인 풍덕초 교사는 “역사에 대한 객관적 사실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얽힌 스토리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알게 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교육 현장에 돌아가 학생들에게 전할 생각을 하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은원 경기 복정고 교장은 “학교가 남한산성 근처에 있는데 가까이 있으면서도 남한산성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던 것 같다”며 “오늘 답사를 계기로 향후 교환학생, 우리학교 학생들과 함께 이곳을 찾아 직접 안내하고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답사를 마치면서 “역사라는 것은 멀리 보면 거창하고 무거워 보이지만 일상에서의 우리는 ‘시민’으로서 각자의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으로 미래 역사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갖고, 그 안에서 긍정적인 가치를 발견하면서 미래를 그려나갔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