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해 전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 유달리 비만한 아이들이 많았다. 좀더 자신감 있는 학교생활을
하게끔 살을 빼주고 싶은 생각에 고도비만에 가까운 아이들 19명과 살과의 전쟁을 시작하게 됐다.
비만관리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 아이들의 부모님 동의를 받고 아이들로부터 일년동안 비만관리를 잘하겠다는 서약서도 받았다. 일주일마다 식사일기와 운동일기를 기록해서 보건실에 가져오도록 하고 일주일마다 체중과 신장을 기록하고 그래프에 표시를 하도록 했다.
아이들 중 내준 과제를 잘 실천하고 비만도가 감소한 아이는 한달에 한번씩 내 주머니를 털어 상품을 사줬다. 훌라후프와 줄넘기를 항상 보건실에 두고 아이들이 학교 뒤뜰에서 줄넘기와 훌라후프를 돌리게 했다. 부모님 교실도 열어 음식 조리법, 식사요법, 운동요법, 행동수정법에 대해서도 교육을 했다.
이렇게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정말 힘들었고 개인차도 있었지만 모든 아이들이 비만도가 감소했다. 수고하신다며 박카스를 사다주신 동진 어머니, 빵을 사오신 대현이 어머니, 살을 빼게 해줘 감사하다는 카드를 쓴 진렬이, 전학간 학교 보건선생님이 자기에게 신경을 써주지 않는다며 다시 전학온 유미…. 지금쯤 이 아이들은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 됐을 것이다.
내가 학교를 떠나던 날, 많이 뚱뚱했지만 조금씩 살이 빠지고 있는 진희는 안가면 안되냐며 내 손을 잡고 울었다. 얼마전 집으로 남자 고등학생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왔다.
"선생님, 저 기억하시겠어요? 영정입니다."
초코파이를 너무 좋아해 매일 하나씩 먹지 않으면 안되던 영정이. 그 영정이가 이제는 고등학생이 돼 내가 건강하게 지내는지 궁금하다며 안부 전화를 한 것이 아닌가.
아이들의 마음에는 보석이 하나씩 있다고 느껴진다. 그 보석이 반짝반짝 빛나도록 해주는 것은 우리 교사만이 할 수 있는 자랑스런 일이라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