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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교실 속 격려레시피] 상호 존중

아들러 심리학에 따르면 사회의 발전과 사회구성원의 성장은 구성원 간의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모든 인간은 인격적으로 동등하다는 전제 아래 상호존중을 실천할 수 있고, 이러한 상호존중은 공동체 발전과 소속 구성원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상호존중의 모습은 학교현장에서 교사, 학생 관계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수년 전 6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겪은 일도 그 중 하나다.
 
3월의 어느 날이었다. 쉬는 시간에 한 학생이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윤호(가명)가 교실에서 앞문 통행했어요."
 
그 말에 나는 별 생각 없이 윤호를 불러냈다. 윤호는 자신의 실수를 잘 안다는 듯이 난처한 표정으로 내게 왔다. "윤호야, 앞으로 조심하면 좋겠어." 주의를 주는데 한 학생이 이렇게 물었다. "선생님, 근데 왜 앞문 통행은 선생님만 되고 우리는 안 돼요?"
 
갑자기 머리를 얻어맞은 듯이 멍해졌다. 깊이 생각해도 마땅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글쎄, 선생님도 솔직히 잘 모르겠네. 학급회의에서 함께 생각해볼까?"
 
회의가 시작되자 먼저 학생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작년에 자기 반에서 앞문 통행을 할 수 없었던 친구들 손 들어볼래요?"
 
꽤 많은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앞문 통행이 금지된 이유는 뭐였죠?"
 
"원래 선생님만 다니는 거니까요." "1학년 때부터 쭉 그랬는데."
 
많은 학생들은 입학 때부터 앞문 통행금지 규칙을 따라왔고 어색한 일이 아니었다.
 
"여러분들은 앞문 사용 못해 불편한가요?"
 
"앞문으로 가면 가까운데 뒷문으로 돌아가야 해서 불편할 때가 있어요."
 
"불편한데도 선생님들이 앞문 통행을 못하게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아이들은 곰곰 생각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가 다니면 선생님 일하시는 데 불편하니까요."
 
그리고 잠시 후 한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그럼 우리가 선생님 방해 안 되게 조심조심 사용하면 안 될까요?"
 
다른 아이들도 이구동성 맞장구를 쳤다. 나도 흔쾌히 그 뜻에 함께했다. 이제 우리 반 학생들은 앞문으로도 다닌다. 그렇다고 내가 특별히 불편해진 것도 아니었다. 앞문을 아이들에게 내어주자 모두가 편해졌다.
 
아이들과 별반 다를 바 없이 교실 앞문은 교사 전용이라고 인식했던 내게 그 일은 큰 충격을 던져줬다. 교사생활을 시작한지 10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말이다. 왜 이를 여태껏 당연하게 받아들였을까? 
 
돌이켜보면 나의 초등학교 시절,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앞문 사용을 제한했었던 것 같다. 이 경험이 의식 깊이 뿌리내려 내가 교사가 된 후에도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권위의식의 잔재를 찾아 내려놓으려 노력한다. 학생들의 1인 1역할 가운데 하나인 ‘선생님 책상 정리’를 없앴다. 의자에 앉아있는 내게 와서 학생들이 이야기를 하려 할 때 학생만 서있게 하지 않는다. ‘선생님께 경례’도 ‘서로 인사’로 바꿨다. 출근길에 학생이 인사할 것을 기다리지 않고 내가 먼저 인사한다. 그럴 때마다 교실 분위기는 한결 밝아짐을 느낀다.
 
많은 교사들이 인격적으로 동등한 입장에서 학생들과 함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곳곳에 스며있는 권위의식의 잔재를 너무 익숙해서 무심코 답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은연 중 부당한 권위를 내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수시로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교사와 학생이 인격적으로 동등할 때 진정한 교육이 일어난다고 강조한다. 학생들과 인격적 동등성을 실천하는 일은 학생의 성장은 물론 교사의 성장에도 의미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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