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무상교육 예산 제로.’ 2014년 교육기사의 한 제목이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공약인 고교 무상교육은 기획재정부 예산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돼 결국 무산된 역사가 있다. ‘교육의 국가책임 강화’를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도 고교 무상교육을 2020년부터 적용해 오는 2022년까지 이를 실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매년 2조 원 이상의 예산이 투여되는 거대 국책사업이기 때문이다. 소리만 요란하다 무산되는 전철을 밟거나 교육현장에 무거운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우선 안정적인 재원확보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매년 2조 1000억 원이 투여되는 누리과정에 더해 고교 무상교육 예산이 추가되면 교육환경 예산, 학교운영비 등 꼭 필요한 여타 교육예산이 줄어드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경기침체로 교부금이 줄어들면 국가, 지자체 간 예산 부담주체를 놓고 누리과정처럼 다툼이 재연될 소지도 있다. 여당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내국세 교부율을 높이겠다는 입장이지만 쉽지 않다.
단계적 적용방식도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학년별(1→3학년), 지역별(읍면→도시지역), 항목별(입학금·교과서비·학교운영지원비·수업료), 소등계층 별 중 어떤 방식이 바람직한 지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시도가 우후죽순 고교 무상교육, 무상급식을 앞 다퉈 선언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와 교육감선거를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국민 세금으로 생색용 무상시리즈를 발표하기에 앞서 안정적인 예산 확보 방안부터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단계적 실시 계획을 내 놓는 게 국민의 지지를 받는 길이다.
중학교 의무교육이 1985년 도서·벽지부터 시작해 2005년 전면 실시되기까지 20년이 걸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