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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수화·문자 통역 요청했더니 “유인물 보라”

[현장속으로] ‘연수' 박대 받는 청각장애 교원
원격연수 대부분 자막지원 안 돼…‘클릭질’만
사비로 속기사 고용하거나 동료교원에 부탁
연수․세미나 통역 의무화하고 예산 마련해야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교사로서 전문성 신장 기회인 연수. 많은 교원들은 방학을 활용해 보다 질 높은 교육을 하기 위한 자기계발의 시간을 갖는다. 그러나 청각장애 교원들에게 ‘연수’는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이다. 각종 교육청 연수 및 업무 담당자 연수에 수화통역, 문자속기 지원이 전무하고 자막이 없는 원격연수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청각장애 교원들에게 원격연수는 내용보다 ‘자막’이 나오는지 여부가 수강을 결정짓는 기준이다. ‘듣고 싶은’ 연수를 고를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중앙교육연수원이 17개 시도교육청에 공유하고 있는 원격연수들은 신청 전에 자막제공 여부를 미리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청각장애 교원을 위한 별도의 자막 제작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들은 인문학 관련 원격연수는 미리보기에 분명 자막이 나오는 것처럼 돼 있었는데 막상 수강해보니 강의 80% 이상이 동영상인데 자막이 전혀 제공되지 않더라고요. 결국 ‘클릭질’만 하다가 마지막에 나오는 요약만 대충 읽고 말았네요.”(서울 A특수학교 B교사)
 
집합연수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서울 C특수학교 D교사는 연수 때마다 교육청에 수화통역이나 자막속기를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유인물을 보면 된다’는 말 뿐이었다. 10년이 넘는 교직생활 동안 여러번의 요구 끝에 그가 통역을 지원받은 연수는 단 두 차례. 대부분의 집합연수에서는 자료집만 들춰보다 나오기 일쑤다. 
 
D교사는 “10번 이상 문의해도 묵묵부답이거나 계속 유인물을 보면 된다는 식인데 그럴 거면 집합연수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교육청이 수화나 문자 통역에 대한 예산 자체를 편성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청각장애 교원은 전화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통역 요청 과정조차 어렵다. 직접 찾아가거나, 동료 교사에게 전화를 부탁하고 이메일을 보내는 방법이 있지만 묵살되는 일이 대부분이라고 교사들은 토로한다.
 
그러다보니 개인적으로 통역을 고용하는 경우도 생긴다. 수화통역은 1시간에 4만원, 문자속기는 1시간에 7만원이다. 서울 E특수학교 F교사는 “AUD라는 청각장애인 사회적협동조합을 통해 절반 정도 할인된 가격에 속기 지원을 받고 있지만 이 역시 개인이 부담하기에는 적지 않은 돈”이라며 “동료교사들이 수화나 속기를 도와주기도 하는데 그들도 연수를 받는 입장이라 방해도 되고 매번 부탁하기 어려워 포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주관 행사에서 장애인의 참여 및 의사소통을 위해 필요한 한국수어 통역사·문자통역사·보청기기 등 필요한 지원을 하도록 돼 있다. 또 필요로 하는 경우 교육 보조인력을 배치해야 하지만 이러한 인력은 사실상 시각장애인에게 편중돼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전국적으로 청각장애 교원이 몇 명인지 교육당국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청각장애 교사들은 교육청이 집합연수, 보직연수, 세미나 등 각종 연수에 청각장애 교원이 참석할 경우 수요를 파악하고 반드시 전문 속기사나 통역사를 섭외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B교사는 “원격연수에 자막을 제공하지 않는 연수기관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하고 자막속기업체, 수화통역센터와 교육청이 업무협약을 맺어 필요시 쉽게 전문 인력을 배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D교사는 “체육교과는 수화통역이 더 좋고 이론위주의 연수에서는 문자속기가 더 좋은 만큼 상황별 특성, 장애유형별 특성에 대해 교육청이 지원 내용을 조사하고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며 “동료교원에게 신세지고 미안해 할 필요 없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배우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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