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김명교 기자] 새 학기가 시작됐다.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설레면서도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교사라고 다르지 않다. 학생들과의 관계 형성, 학급 경영, 생활 지도, 수업 등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불안해하기도 한다. 학기 초, 행복한 교실의 첫 단추는 어떻게 꿰어야 할까. 기획 ‘초등 새 학기 고민 솔루션-上·下’를 마련했다. 교사들의 멘토로 꼽히는 3인에게 노하우와 조언을 들었다. 첫 번째, 관계 맺기·학급 운영 편이다.
▨관계 맺기=초등 교사들의 가장 큰 고민은 관계 맺기다. 학생들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느냐에 따라 일 년 학교생활이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학급을 잘 이끌고 좋은 수업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다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권영석 경기 안산창촌초 수석교사는 교사의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아이들을 어리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성인과 같은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교사 먼저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학기 초에는 학습 지도보다 학생들과 신뢰를 쌓아가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허승환 서울 난우초 교사도 토드 휘태커 인디애나 주립대 교수의 ‘먼저 마음을 얻어라, 그리고 가르쳐라’라는 말을 인용하며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교사를 좋아하면 억지로 이끌지 않아도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따라오게 된다는 것이다.
허 교사는 “아이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놀이만 한 게 없다”며 ‘풍선 손닿기 게임’을 추천했다. 풍선을 띄우고 모든 학생의 손이 닿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는 게임이다. 교사는 ‘와, 지난해 맡았던 반 학생들보다 더 빠르구나!’ ‘지금보다 더 빨리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말로 동기를 부여한다.
“공동의 목표를 가진 학생들은 힘을 합칩니다. ‘우리가 해냈다’ ‘할 수 있다’는 걸 경험을 통해 배우고 자존감과 소속감을 느끼게 되죠. 학기 초 서먹한 분위기를 없애고 교사, 친구들과 가까워지는 계기도 됩니다.”
이영근 경기 군포양정초 교사는 3월이 되면 작은 수첩을 마련해 학생들에게 선물한다. 이 수첩은 ‘글똥누기’ 활동에 쓰인다. 이 교사는 “아침마다 아이들의 기분이나 건강 상태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게 하는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실내화를 잃어버려서 혼났다고 쓴 아이, 자신의 생일이라고 쓴 아이… 다양한 이야기가 수첩에 담겨요. 이걸 보고 아이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지요. 반 친구들과 함께 생일도 축하해줄 수 있고요.”
▨학급 운영=일 년 동안 흔들림 없이 학급을 이끌어가려면 자신만의 목표를 정해야 한다. ‘어떤 교사가 될 것인가’ ‘아이들이 일 년간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길 바라는가’ ‘어떤 배움이 일어나게 할 것인가’ 등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거창한 내용보다는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목표를 잡는 게 좋다.
이영근 교사는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먼저 떠올려볼 것을 권했다. 책을 좋아하면 매일 책을 한 권씩 읽어주고 노래를 좋아하면 노래를 불러주는 식이다. 그는 “꾸준히 하다보면 어느새 아이들이 책 읽기, 노래 부르기에 빠져있는 걸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허승환 교사는 단호하지만, 친절하게 학생들을 대할 것을 주문했다. 학생을 존중하면서 감정은 공감해 주고(친절)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원칙에 따라 행동할 수 있게(단호) 이끌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친구 같은 교사가 되고 싶어서 학기 초에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하고 친절하게 대하지만, 곧 아이들은 이것에 익숙해져 학기 말에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화를 낸다”면서 “친근하지만 무조건 허용하지는 않는, 부모 같은 교사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선 먼저 아이들 스스로 원칙을 정하게 해야 한다. 어떤 반이 됐으면 하는지를 적고, 가장 많이 선택한 내용을 학급 목표로 삼는다. 허 교사는 “학급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켜야 할 규칙을 직접 정하도록 하되, 5개 이내가 적당하다”면서 “교실 앞에 게시해두고 규칙을 어겼을 때는 처벌보다는 어떻게 하면 지킬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춰 지도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권영석 수석교사도 “학급 회의나 토론 시간을 마련해 각자의 생각을 말하고 규칙을 정한 후 반성하고 수정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 과정을 통해 교사에 대한 믿음이 생길뿐 아니라 친구를 존중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매주 금요일마다 ‘좋·아·바’ 활동도 해볼 만하다. 이영근 교사는 “일주일 동안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바라는 점을 이야기하면서 학급 규칙을 하나씩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학기 초에 생기기 쉬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인·사·약’과 ‘어·기·바’도 활용할 만하다. ‘인·사·약’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약속하는 것이다. ‘어·기·바’는 속상한 감정을 드러내고 앞으로의 바람을 전하는 방법이다.
허승환 교사는 “싸움이 일어났을 때 교사가 누가 잘못했는지를 가려내는 재판관의 역할을 하면 억울한 아이가 생길 수 있다”며 “두 가지 방법을 통해 서운한 마음부터 다독이다 보면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존중 받고 있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학교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주는 것도 좋다. 이영근 교사는 ‘아띠’ 활동을 추천했다. 아띠는 데이(day)를 가리키는 말이다. 일주일 또는 한 달에 한 번, 주제를 정해 모두가 같은 활동을 하는 날이다. 예를 들어 빨간 옷 아띠에는 하루 종일 빨간색 옷을 입고 수업하는 식이다. 이 교사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학생들은 이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설렌다”며 “아이들과 소통하고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