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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내부형 교장공모제’ 50% 확대 개정령안 의결에 부쳐

인사는 제도보다 사람이 우선, 그 운영 과정에서 공정성.투명성제고해야

최근 한국 교육계를 뜨겁게 달궜던 교장공모제 확대 제도가 내부형 교장 공모제 50% 확대로 귀결됐다.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교육공무원임용령 일부개정령안’이 통과됐다. 결국 현행 유지와 전면 개방 확대의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서 중간 자점을 선택한 것이다.

특히 이번 교육부의 후퇴는 1인 시위, 집단 시위, 항의 방문, 서명 주도 등으로 그 부당성을 호소한 한국교총 등의 역할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즉 교육부가 당초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100%로 확대하는 내용의 교육공무원임용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가 50%로 물러선 것은 한국교총, 학부모 단체, 시민단체 등에서 교육의 전문성, 교장의 전문성을 이유로 확대를 저지한 영향이 컸다. 한국교총은 지난 두 달 간 회장단, 임직원, 시ㆍ도교총 임원진, 회원 등이 그동안 1인 시위, 집단 시위, 항의 방문, 서명 주도 등으로 그 부당성을 호소하고 철회를 주도해 왔다. 또 한국교총은 그동안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 규탄 집회, 정부서울청사 앞 교육자대표 결의대회 등 대규모 집회를 전개하고, 청와대 앞 기자회견과 대통령께 드리는 글 전달, 국회 및 각 정당 방문 활동 등을 통한 무자격 교장공모제의 폐단을 국민들에게 호소해 왔다.

한국교총은 향후 상위법 개정을 통해 공모 비율 제한 등 입법 활동으로 비율 축소, 공정 임용 등을 담보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오는 6·13 지방선거에서 교육감 후보자를 대상으로 한 공약 반영 등의 활동도 강력히 전개할 방침이다. 
 
이번에 의결된 개정령안의 골자는 현행 자율학교, 자율형 공립고의 15%로 제한되어 있는 ‘내부형 교장공모제’ 비율 범위를 50%까지만 늘리기로 한 것이다. 그간 내부형 공모제 학교 100%로 확대하자는 찬성 입장과 15% 이내인 현행 수준을 유지하자는 반대 입장이 팽팽히 맞서 왔다. 교육부는 이와 같은 대립, 갈등 속에서 점진적 확대라는 절충 형태의 고육지책의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번 개정령안의 국무회의 통과에 따라 교장자격증이 없어도 교육경력 15년 이상인 교원이 교장 공모에 응모할 수 있는 자율학교가 현행 신청학교의 15% 이내에서 50%까지 늘어나게 되었다. 제도적으로 무자격 교장 공모가 현행 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하게 된 것이다.

2017학년도 기준으로 내부형 교장 공모제 지정 학교는 전국 573개인데, 그 중 교장자격증 미소지자가 교장으로 임용된 학교는 56개였다. 그런데 향후에는 상당히 더 늘어나게 되었다. 
  
사실 한국 교육계의 승진제도의 획기적 개혁이라고 하는 교장공모제는 학생들의 가르침보다 승진 점수 누적에 몰두하는 교직 문화를 개선하고, 교장 임용 방식의 다양화를 도모하기 위해 비롯됐다.

교장공모제는 지난 1996년 초빙교장제 형식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후 2007년 초빙형ㆍ내부형ㆍ개방형 교장공모제가 시범 운영됐으며, 2012년 교장공모제가 법제화 됐다. 지난해에는 전국 초ㆍ중ㆍ고 국공립학교 9,935개교 가운데 1,792개(18.0%)가 공모학교로 지정됐다. 명칭과 세부 전형 기준은 약간씩 다르지만, 공모 형식을 거친 교장 임용이 전체 학교의 1/5 정도로 확대된 것이다. 
  
교장 공모제는 초빙형, 내부형, 개방형 등 세 유형이 있다. 이번 국무회의 의결로 교장 임용 예정학교 50%로 확대되는 유형은 ‘내부형’ 교장공모제다. 일반학교에서 교장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하는 ‘초빙형’ 교장 공모제와 달리 ‘내부형’은 자율학교나 자율형 공립고 등에서 주로 운영하며, 교장자격증 미소지자도 교장 응모가 가능하다. 교직 경력 15년만이 필수 조건인 것이다. 제도적으로 30대 교장이 임용될 수 있는 문을 열어 놓은 것이다.
  
교육부는 이번 내부형 교장공모제 확대에 따른 임용 과정과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단위 학교공모교장심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심사위원회의 구성을 학부모, 교원, 지역위원을 균형 있게 위촉, 구성하기로 했으며 심사가 끝난 후 학교 및 교육(지원)청심사위원회 위원 명단도 공개하기로 했다. 그동안 짬짜미 공모, 특정 교직 단체 ‘하이패스’ 논란을 일으킨 임용 및 공모, 전형 과정을 보다 공정하고도 투명하게 밝히도록 했다. 임용과 전형 과정의 의혹을 불식시키기로 한 것이다. 
  
아울러 당초 삭제하기로 했던 각 시ㆍ도교육청 결원 교장의 1/3~2/3 범위에서 교장공모제를 실시하도록 한 현행 권고 사항은 유지하기로 했다. 이 비율이 교육감들에게 ‘조자룡의 헌 칼’로 왜곡되고 둔갑할 여지가 없지 않다.
  
사실 현행 무자격 교장 공모제와 맥을 같이 하는 초빙교장제, 교장공모제 등 교장 유자격자 공모제를 포함하여 무자격 교장공모제 도입의 역사도 만 21년이 되었다. 그동안 이들 교장 임용제에 대해서 투명성ㆍ공정성 문제, 인우(隣友) 관계 임용, 코드·보은 인사로 악용되는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야기돼 왔다. 더 직설적으로 학연ㆍ지연 임용은 물론, 금권 임용 등 일탈로 비일비재했던 것으로 드러난 것도 사실이다.

실제 내부형 교장 공모제에 응모했던 교원들은 한결같이 금품수수, 지연ㆍ학연 임용, ‘짜고 치는 고스톱식 임용’ 등을 실증하고 있다. 그 증언을 100% 믿지 않는다 해도 분명히 그동안 문제가 많았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못한다.

내부형 교장 공모제의 폐단은 학교 혁신과 교육의 질 개선이라는 본연의 임용, 전형 취지에 벗어나 비도덕적, 비윤리적으로 숭고한 학교의 교장직이 임용되는 오류를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내부형 교장 공모제로 임용되는 교장들이 일반 발령으로 임용된 교장들에 비해 지적, 인성, 리더십, 추진력, 인간관계 등 교장의 역량이 띄어나지 않다는 점이다. 일반 교장들도 충분히 그만큼의 학교 혁신, 교육 개선을 할 수 있는데 굳이 무자격자를 내부형 공모제로 교장으로 임용한다는 것은 지나친 형식주의라는 것이다. 특정 교직단체 소속 교사를 교장으로 임용하고자 하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교장 임용제라는 힐난인 것이다.

결국,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다만 앞으로 교장 공모제의 취지대로 얼마나 내부형 교장 공모제가 의미 있게 운영되느냐는 제도보다는 사람이 중요하다. 그리고 앞으로 시행 과정에서 무자격 교장공모제의 폐단을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물론 현행 일반 발령제 교장 임용제가 최선이거나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교직 생활 25년 정도를 거치면서 각종 교직 경력과 누적 점수를 쌓은 노하우와 경륜을 가진 교장이 학교를 경영하는 것을 폄훼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들은 항간의 지적처럼 점수 벌레처럼 학생 교육보다 점수 누적에 몰두했다고 질책해서는 안 된다. 더러는 깜부기가 있겠지만, 대부분 학생 교육에도 충실히 임하고 자기 관리와 경력 관리를 해 온 일반 발령제 교장들의 아름다운 도전과 성취를 폄훼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젊은 무자격 내부형 공모 교장은 학교 혁신, 교육 개선의 전도사이고, 나이와 경력이 많은 일반 발령제 임용 교장은 그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분법적 인사관(人事觀)이야말로 이 시대 버려야 할 시고의 적폐 중의 하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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