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짓기 위해서는 그 집에 들어갈 사람, 무엇으로 사용할 것인지, 몇 사람이 이용할 것인지 등이 우선 하나로 통일되야 이에 맞게 설계도하고 시공도 한다. 그러나 최근 학교건축에는 이런 '설왕설래' 원칙과 방향이 설정되지 않아 지어지는 형상도 가지각색이다.
아직도 70년대의 학교표준설계도와 비슷하게 짓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현대건축의 조형성만 고려한 껍데기만 그럴싸한 학교도 있고, 설계비 저액 입찰 방법 선정으로 부실 건축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 가히 학교건축의 '춘추전국시대'라 할 만하다.
이런 혼재된 최근의 상태를 감안하면 오히려 70년대 실시한 표준설계도는 그 시기 교육실정과 경제력을 담은 시대를 대변할 수 있는 학교건축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학교교육의 많은 부분이 변하고 있고 또 변화를 필요로 하고 있음에도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지금에 비하면 말이다.
전문성 없는 건축가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입찰이나 현상공모설계, 실적심사 등의 방법은 부적격 학교 교육환경을 낳을 수밖에 없다. 학교시설을 집행하는 시행청은 확고한 설계기준을 제시하고 이 법칙을 건축가가 따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렇듯 미래 교육환경에 대한 깊은 사고 없이 지어지는 학교가 많은 반면, 적기는 하지만 학교시설 계획을 새로운 필요성에 입각해 연구하며 시행하고 있는 곳도 있다.
초·중학교는 근린주구(주거지역 내의 생활권의 단위로서 도시계획에서 설정한 범주를 말함) 내 중심적인 위치에 있어 교육·문화, 여가활동, 체육활동의 중심시설이 포함된 교육공간, 생활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정통이론이고 선진국에서는 이를 실현하고 있다. 이는 도시나 농어촌 모두 해당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학교근처에 문화·체육관, 생활관, 놀이터 등이 별도로 지어지고 있다. 이러한 지역공동시설이 근린주구 중심인 대지 여유가 있는 학교에 합해 교육시설과 복합적으로 지어진다면 이용률 최대화로 운영효율성과 경제성도 높일 수 있다.
이런 학교시설의 복합화 시도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이뤄지는 곳이 있다. 96년부터 서울성동교육청에서 복합화 계획을 시도, 학교연구자를 통해 학술적 연구모델을 제시하고 서울시와 성동구청의 협조와 시행으로 '금호초등학교'를 근린주구 내 교육·문화, 체육·생활시설의 복합화 환경이 이루어지게 했다. 특히 금호지구는 주택밀집지역이고 열악한 환경을 가지고 있어 주차, 청소년 문화활동, 평생교육, 수영, 실내체육관과 큰 운동장에서의 각종운동, 도서실, 어린이놀이터, 쉼터 등이 제공됨으로 이 지역이 한결 밝고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기대된다.
또 금호초등학교에는 열린교육이 가능한 열린 공간이 각 학급마다 있어 자유로운 열린교육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오랜 세월 표준설계에서 제시한 한 교실의 7.5m×9m가 9m×12m 정도 크기로 확장되어 가는 것도 변화의 한 요소다.
이와 같이 90년대 중반부터의 우리의 학교건축은 그 시행하는 사람들의 의식에 따라 여러 형태로 학교건축이 탄생되고 있다. 90년대 초에 계획된 우리나라 학교건축의 큰 변화의 획을 그은 현대화 학교건축 모델설계에서 좀 더 발전된 근린주구의 중심에 있는 학교건축의 복합화와 Open School 계획으로의 더 발전된 학교 교육환경을 시도하고 새로운 학교건축의 방향이 제시되었으며, 더 나아가서 미래 교육과정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방향제시가 이뤄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