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강서 주민들도 다양한 의견과 생각을 갖고 계십니다. 특수학교 설립에 대해 따뜻한 성원의 말을 보내주신 분도 있고 환영한다고 응원해준 주민들도 많았습니다.”
“거짓말하지 말라고.”, “집어치워 ××야.”
지난해 9월.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특수학교를 지어달라며 무릎을 꿇고 호소하는 장면이 담긴 한 장의 사진이 많은 이들을 착잡하게 했다.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26일, 서울 강서구 옛 공진초에서 열린 특수학교 설립 주민 설명회는 또다시 욕설과 몸싸움으로 얼룩졌다.
10시 30분으로 예정돼 있던 설명회는 시작 1시간 여 전부터 주민 20여 명이 교문 앞 반대 시위를 벌이면서 난항을 예고했다. 이들은 “교육청이 주민 협의도 없이 기습적으로 개최했다”면서 설명회를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주민을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일방적인 설명회를 거부한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강서구 주민들만 참석하라”며 학교에 들어서는 사람들을 가로막기도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도착한 10시 20분께는 갈등이 극에 달했다. 학교로 들어가려는 조 교육감을 막아서는 주민들과 길을 트려는 교육청 직원들 간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일부 시민이 넘어지기도 하는 등 설명회 개최가 20여 분 지연됐다.
설명회장도 아수라장이 됐다. 조 교육감이 마이크를 들고 설명을 시작하자 일부 주민들은 확성기까지 동원해 고성을 지르고 사이렌을 울렸다. “나래학교 이야기는 강남에 가서 해라”, “교육감 선거 운동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단상으로 나가 설명회를 저지하려는 주민들과 말리려는 교육청 직원들 사이에서 몸싸움도 벌어졌다.
장애학생 학부모들은 “신경 쓰지 말고 진행하라”, “듣기 싫으면 나가라”며 맞섰지만 또 다시 반복되는 실랑이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조부용 강서장애인부모회장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또 이런 일이 반복돼 마음이 착잡하다”며 “비대위원들이 자신들의 말과 행동이 옳은지, 부끄러운 일은 아닌지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실 교육청이 학부모들에게도 설명회 개최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갑자기 왔다”며 “개교가 미뤄진 이유, 6월 선거를 의식한 것은 아닌지 등을 묻고 싶었지만 질문조차 하지 못했고 이제는 내년 9월 개교가 무사히 이뤄지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교육청은 이날 설명회에서 서진‧나래학교 설계도를 공개하고 지역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익시설을 제안했다. 코엑스의 ‘별마당 도서관’이나 파주 ‘지혜의 숲’과 같은 북카페 형태의 복합문화공간과 돌봄교실, 다용도 작업실, 청소년 활동실 등을 만들어 지역주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예정대로 주민 협의 과정에서 수영장 등 추가적인 제안이 들어오는 대로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