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조성철 기자]외국 자매결연 학교의 초청을 받고 통상적 수준의 숙식 등을 제공받은 교원에게 청탁금지법 위반과 과태료 처분을 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북부지법은 지난해 중국 하얼빈공업대학교가 주최한 포럼에 초청돼 숙식 등을 제공받았다는 이유로 서울교육청으로부터 경징계 의결과 과태료 부과 통보를 받은 A고 B교감에 대해 “과태료에 처하지 아니한다”고 판결했다.
지난해 하얼빈공대는 자매결연을 맺은 서울, 경기 등 9개 시도교육청 관내 21개교 32명의 교장 등을 초청해 6월 1~5일 ‘제1회 한국고등학교 교장포럼’을 개최했다. 학교에 대한 이해를 돕고 한국학생의 건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자리였다. 이 대학에는 850여명의 한국학생들이 진학해 있다. 항공료는 참석자들이 부담했지만 숙식과 유적지 등 탐방행사, 기념품은 주최 측이 제공했다.
이 사실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 됐고 권익위는 학생 유치 관계자만 참여시켜 관광 등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접대 소지가 상당하다며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 조사를 의뢰했다.
이에 서울교육청은 포럼에 참석한 A고 B교감, C교사에 대해 감사를 진행했고 지난해 12월, 해당자 2명이 청탁금지법을 위반했으므로 A고 이사장에게 각각 경징계(견책), 경고 처분 요구를 했다. 또 B교감은 서울북부지법, 거주지가 경기도인 C교사는 수원지법에 과태료 부과 통보를 했다.
그러자 비단 A고 당자들뿐만 아니라 전국의 포럼 참석 교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반발했다. 대구의 D교장은 “주최 측이 5일 동안 부담한 숙식비 등 총액이 1인당 28만여원으로 자비 부담 50만원보다 훨씬 적고, 매일 유학생들의 생활상을 살피고 면담하는 일정을 소화했다”며 “이런 식이면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국내 학교의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교총은 전국의 포럼 참석자들과 대응방향을 협의하고 지난달 26일 서울북부지법, 수원지법에 건의서를 전달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에 나섰다. 건의서에서 교총은 “공익목적의 외국기관이 실시한 통상적 수준의 공식행사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경기 지역 교원들은 포럼행사가 청탁금지법에 위반되는지 교육청에 세부내용을 사전 보고했고, 허가에 따라 실시했다”며 “감독청이 자체 기준에 따라 허가한 사안이므로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제8호 ‘그 밖의 기준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지법은 11일 판결에서 “참석자들에게 숙식이 일률적으로 제공됐고, 가액도 통상적 범위를 이탈하지 않았다. 또 한국 유학생들의 애로사항 청취, 대학 시설 견학, 안중근 의사 기념관 방문 등의 일정 중에 시내 관광이 포함돼 있다는 사정만으로 외유성 행사로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청탁금지법에서 금지된 금품 등이 제공됐다고 볼 수 없어 과태료에 처하지 아니한다”고 결정했다.
서울교육청의 징계 의결과 과태료 부과 통보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림에 따라 나머지 시도교육청들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경기교육청은 최근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다”고 자체 결정한 바 있고, 나머지 7개 교육청은 서울북부지법의 판결까지 판단을 유보한 상태였다.
교총 신정기 교권강화국장은 “학술, 학생교류 등을 위해 외국학교와 결연을 맺은 국내학교가 상당수인 상황에서 교원들의 의욕을 꺾지 않은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