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김명교 기자] “초등학생이 가장 좋아하는 책은 무엇일까요?”
지난달 28일 경인교대 경기캠퍼스 인문사회관 403호. 한 교사가 수업 참관인들에게 질문했다. 여기저기서 인기 학습만화 제목이 나직하게 들렸다. 발표자는 “학습 만화는 과학 지식만을 전달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면서 “터득한 과학 지식을 적용하는 응용력이나 새로운 과학 지식을 탐구하는 능력을 발전시키길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발표를 시작했다.
장예슬 청주 경덕초 교사는 이 같은 독서 편중 문제와 학제를 문·이과로 구분 짓는 교과이분법적인 사고를 개선하고 과학을 대하는 긍정적인 태도와 탐구력을 길러주기 위해 ‘R-E-D 과학체험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R’은 ‘Read’, ‘E’는 ‘Explore’, ‘D’는 ‘Double up’의 약자로, 읽고 탐구하고 체험하는 활동에 초점을 맞췄다.
장 교사는 우선 다양한 과학 도서를 활용했다. 과학 도서랑 친해지기, 과학자들의 기초탐구 따라잡기, 과학이야기 꼬리 물기 등이 대표적이다. 장 교사는 “학교에 과학도서가 다양하게 마련돼 있지만, 학생들이 책의 위치나 목록을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 “프로그램에 활용할 과학책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오는 연습부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책, 독서와 친해진 후에는 본격적으로 탐구활동에 들어갔다. 파브르, 라이트형제, 린네 등 유명한 과학자들의 업적을 살피고 관찰, 분류, 측정, 예상, 추리, 의사소통 등 기초탐구기능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체험활동도 마련했다. ‘관찰을 활용한 채집통 만들기’ ‘측정을 활용한 로켓 대회’ ‘분류를 활용한 런닝맨 게임’ ‘추리를 활용한 판게아 만들기’ 등이 그것이다.
장 교사는 “이밖에도 과학 실험 기구를 조작하는 방법과 과학실, 컴퓨터실 등 특별실 이용법 등도 지도해 스스로 탐구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줬다”면서 “과학 활동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도록 지역 유관기관에서 지원하는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수업하면서 완성한 결과물을 소개하는 작품전시회를 열기도 했다”고 전했다.
장 교사는 지난해 1년 동안 초등 4학년 A, B반을 연구집단과 통제집단으로 두고 R-E-D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그 결과 연구집단의 과학도서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또 도서 대출 현황을 토대로 학생들이 선호하는 도서 장르가 과학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그는 “연구집단의 과학 실태를 비교한 결과, 과학적 태도 가운데 자진성, 개방성, 호기심의 수치가 통제집단보다 높게 측정됐고 처음보다 협동심이 큰 폭으로 향상했다”면서 “과학 탐구력에서도 기초탐구능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장 교사의 이번 연구는 주제가 참신하고 일반화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교육과정을 분석해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개발, 적용한 점에서 신뢰성이 돋보인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전언이다.
장 교사는 “교직 경력이 짧아 기대하지 않았는데 큰 상을 받아서 영광”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어 “과학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학습 모형을 만들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수업과 차별화 되는 나만의 수업 내용을 엮어 프로그램화 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