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3 (토)

  • 맑음동두천 -1.7℃
  • 흐림강릉 4.4℃
  • 맑음서울 2.1℃
  • 맑음대전 -0.2℃
  • 맑음대구 0.4℃
  • 맑음울산 5.9℃
  • 구름많음광주 3.0℃
  • 맑음부산 8.1℃
  • 구름많음고창 -1.3℃
  • 구름많음제주 11.0℃
  • 맑음강화 1.2℃
  • 맑음보은 -2.6℃
  • 구름많음금산 -2.4℃
  • 구름조금강진군 1.6℃
  • 맑음경주시 0.7℃
  • 맑음거제 4.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현장

"교직(教職)은 천직 3代를 잇는다"

▨ 스승의 날 '교육명가상' 수상 가족 인터뷰

[한국교육신문 김명교 기자]  “아버지는 제 롤모델입니다”

근검·절약을 실천했던 분, 말과 행동의 절제를 강조했던 가장(家長), 도움이 필요한 제자에게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교사, 존경한다는 말로 표현하기에도 부족한 롤모델. 황복순 부산 안남초 교사에게 아버지는 이처럼 큰 존재다. 교직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불을 밝혀준 사람도 바로 아버지, 황영록 전 서울삼선초 교감이었다. 
 
황 교사는 “아끼고 사셨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결코 아끼는 법이 없었다”며 “제자와 주변 사람들에게 베푸는 모습을 보고 아버지를 존경하게 됐다”고 전했다. 
 
“어린 시절에는 ‘왜 이렇게 아끼실까?’ 생각했어요. 그러나 환경이 어려운 제자들에게 책값을 건네고 궂은일을 하시는 학교 환경 미화원들을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는 모습을 본 후론 이런 투정은 부리지 않게 됐습니다.”
 
이후 그는 아버지처럼 살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버지가 할아버지를 보고 같은 길을 걸은 것처럼. 황 교사의 할아버지는 평안남도에서 서당을 지어 젊은이들을 직접 가르쳤다. 일제강점기에는 식민지 교육을 받게 할 수 없어서 아들을 개성 송도학교로 보내기도 했다. 이런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황영록 전 교감도 교사가 됐다. 
 
황 교사는 잠시 교단을 떠나있던 적도 있었다. 교편을 잡은 지 4년 만의 일이었다. 병환으로 고생하시는 시부모님을 모시기 위해서였다. 꼬박 12년을 곁에서 보살피다 두 분이 돌아가신 후에야 임용고시를 치르고 다시 교편을 잡을 수 있었다. 그는 “임용고시에 합격하고 다시 돌아왔더니 제2의 삶을 사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때 교직이 천직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다시 교단에 돌아올 수 있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엄마로서 아이를 키우고 난 후라 아이들에게 좋은 교사가 되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강해졌지요.”
 
황 교사는 ‘아이들에게 골고루 사랑을 주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학교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다. 특히 소외된 아이들을 보살피라는 말씀을 늘 가슴에 품고 다닌다. 통합학급을 맡아 아이들이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도록 지도하고 있다. 내년 퇴직을 앞둔 그는 “끝까지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했다.  
 
이제는 그 길을 황 교사의 딸인 남지영 부산 배산초 교사가 따라 걷고 있다. 황 교사는 “몇 년간 교직생활을 한 딸이 건넨 편지에 ‘존경하는 선배이자 엄마에게’라고 쓰여 있었다”면서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이었다”고 귀띔했다. 
 
“아버지가 지난해 폐암 선고를 받고 투병 중이세요. 마지막으로 효도를 해보자는 생각에 교육명가상 신청서를 냈습니다. 덕분에 지난 교직생활을 되돌아보고 아버지께 보람을 드릴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상패를 보여드리면서 ‘롤모델’이라고 말씀드렸더니 흐뭇해 하셨어요. 퇴직 후에는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합니다.”
 
3대가 봉사의 길 걸어

신병훤 대전 보문고 교사 집안은 대를 이어 교직에 몸을 담고 있다.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신 교사까지 3대째다. 그는 “교육자였던 할아버지와 아버지, 어머니의 영향으로 청소년기에는 소위 ‘범생이’라고 불렸다”고 했다. 
 
“바른 말, 바른 행동, 모범적인 생활을 강조하셨어요. 이런 환경이 때로는 답답하게 느껴져 교직의 길보단 다른 길을 택하고 싶었습니다. 교사보다 보수도 많고 근무 환경도 좋은 공공기업에 합격해 일을 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 신재림 전 강원 원주고 교장은 신 교사에게 입었던 셔츠를 내밀었다. 흰 셔츠는 검은 연탄재 가루로 까맣게 변색돼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기회가 있을 때 교직의 길을 걸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 보람 있고 숭고한 일이라는 말과 함께. 그 길로 신 교사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교직에 입문했다. 
 
그는 “부모님과의 갈등으로 대학을 포기한 학생을 포기하지 않고 설득해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시켰을 때 교사로서 보람을 느꼈다”면서 “앞으로도 선조부, 선친이 걸어온 길을 봉사하는 마음으로 따를 것”이라고 전했다.     

수상자 명단
△장은아 서울 상일미디어고 교사 △남한나 부산 선화여중 교사 △황복순 부산 안남초 교사 △고학재 인천 학익여고 교장 △배재형 대전제일고 교사 △신병훤 대전 보문고 교사 △이주호 충북 형석고 교감 △구은숙 충남 부춘초 교사 △박은미 충남 성연중 교사 △이혜련 전남 광양여고 교사 △장창용 경북 현일고 원로교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