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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청소년 자살(刺殺)’ 대책은 없는가?

최근 서울 아파트 옥상에서의 두 여고생의 투신자살 소식은 교사인 내게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자살 사유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창 꽃피울 나이에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이유에 의구심이 생겼다.

 

순간, 지난 월요일 7교시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가기 위해 계단을 내려오는데 내 뒤를 따라오던 두 여학생의 대화가 문득 떠올려졌다. 두 여학생은 무엇에 불만이 있는 듯 주위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두 아이는 무엇 때문인지 학교 다니기가 싫다며 연신 누군가를 욕(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내뱉었다. 처음에는 현실에 불만인 아이들이 으레 하는 넋두리라 생각하고 개의치 않았다.

 

그런데 주고받는 아이들의 대화 내용이 갈수록 농후해 내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누군가가 제지하지 않으면, 아이들의 농(弄) 있는 대화가 끝날 것 같지 않았다. 그냥 모른 체하고 지나칠까 생각도 했으나 대화 내용이 워낙 입에 담기가 민망할 정도라 가던 길을 멈추고 뒤돌아서 아이들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았다. 나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한 아이들은 서로 얼굴만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이들의 대화는 내가 교무실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다.

 

학기 말을 앞둔 상담실은 자신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상담을 신청하는 아이들이 부지기수(不知其數)이다. 아이들의 고민 상담 중 가장 많은 부분은 친구 문제라고 상담 선생님은 말했다. 특히 친구로부터의 집단따돌림이 많은 학생을 힘들게 한다고 했다. 그리고 가족 간 갈등, 진로문제, 성적 문제 등으로 아이들은 상담을 원한다고 했다. 그중에서 성적고민 상담은 예년보다 많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학생 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아이들의 경우, 자살(自殺)을 시도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며 특별한 관심이 요구된다고 상담 선생님은 말했다. 그리고 자살은 예방이 최우선이라며 주기적인 상담을 주문했다.

 

매년 십 대 청소년의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고려해 볼 때, 학교 차원에서도 아이들의 자살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학기별 ‘학부모 상담 주간’을 운영, 교사와 학부모가 학생의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장(場)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물론, 고민 내용에 따라 상담 기법을 달리할 필요가 있겠지만 말이다. 시간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는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재미있게 보내기 위해서는 수업 이외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아이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

 

하루에도 생각이 여러 번 바뀌는 아이들의 성향을 고려, 아이들의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담임 선생님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담임교사는 학급의 관심학생과 관련, 일시적이 아닌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며 조금이라도 좋지 않은 낌새가 보이면 학부모 및 자살예방센터(자살 예방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사랑의 전화 상담 센터 1566-2525)에 연락하여 도움을 요청하도록 한다.  

 

요즘 아이들의 모든 소통이 스마트 폰 SNS(Social Network Service)상에서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담임교사는 SNS상에서 아이들이 주고받는 대화 내용을 면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자살을 암시하는 아이들의 언행(“이제까지 힘들었다.”, “나 보내 달라!”, “마지막 인사”, “죽고 싶다.” 등)을 철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십 대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에 하나, 주변에 자살 고위험군이 있다면 그들의 말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자살 징후를 포착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OECD 국가 청소년 자살률 1위의 불명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그들에게 지속적인 사랑과 관심을 베풀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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