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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 내 안에 계신 선생님


일은 K 녀석이 바지를 치켜올리면서 시작되었다. 그때는 음악 시간이면 한 대뿐인 풍금을 교무실에서 교실로 들어 옮겨야 했다. 그런데 그 녀석이 바지가 흘러내리니까 풍금 한 귀퉁이를 잡고 가던 손을 놓아 버렸던 것이다.

풍금은 기우뚱하더니 땅바닥으로 나가 떨어졌다. 나자빠진 풍금은 건반이 불쑥불쑥 위로 빠져 올라오고 발판도 퉁겨져 나와 버렸다. 담임이셨던 Y선생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풍금을 날랐던 나와 몇몇 아이들은 교실의 맨 흙바닥에 무릎을 꿇고 오후 내내 기합을 받았다. 이후로는 절대로 풍금에 손도 대지 말라는 엄명을 받았다. 이 일이 있고 며칠이 지났다.

교무실 옆을 지나는데 웬일인지 조용하다. 반쯤 열린 문으로 들여다보니 아무도 없다. 풍금이 눈에 들어 왔다. 살그머니 들어가 의자를 타고 앉아 풍금 뚜껑을 열었다.

"도∼도∼도레미…." 생전 처음 쳐보는 풍금. 그런데 노래가 되는 것이 아닌가. 미레미파솔 도도도 솔솔솔 미미미 도도도 솔파미레도. 난 반복해서 풍금을 쳤다. 비록 한 손으로 하는 것이지만 내가 치는 풍금이 노래가 되는 것이 너무나도 신기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 정신 없이 풍금을 치던 나의 손이, 아니 온 몸이 얼어붙었다. 언제 오셨는지 호랑이 Y선생님이 나를 보고 서계신 게 아닌가. 숨죽인 나를 향해 선생님의 손이 올라갔다. 눈을 감았다.

'난 이제 죽었다. 용무 없는 자 출입금지라고 써붙인 교무실에 들어와서, 절대 손대지 말라던 그 풍금을 쳤으니….' 가슴이 콩알만해졌다.
"……." "…?"
"야, 동은이! 풍금 잘 치는데?"

선생님의 손은 내 머리를 쓰다듬고 계셨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제 50대 중반의 교단에서 나를 돌아보며 추스르게 하는, 올해도 스승의 날을 맞으며 떠올리는 내 안에 계신 Y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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