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한 교육자들이 놀이방을 돌며 전래동화를 들려주고 전래놀이·동요를 함께 즐기는 '교육봉사'에 나서 화제다.
경기 안양 지역에 거주하는 은퇴 교사들이 주축이 된 21명의 '일삼세대 동화마당팀'이 그 주인공. 안양자원봉사센터 노인봉사단에서 활동해 온 이들은 올 연말까지 2인1조로 10개조가 관내
80개 놀이방에서 일일교사로 선다.
17일 오전 10시 평안동 선재마을놀이방. 3일에 이어 오늘 다시 찾은 김주명(70·전 서울정심초 교장), 박윤홍(53·전 유치원 교사) 씨는 아이들을 보자 "지난번 보다 많이 컸네. 오늘도 재미있는 동화 들려줄게"하며 반갑게 인사한다.
오늘 수업은 한 시간. 전래동화 '단방귀'를 들려주기 전 시선 끌기부터 하는 두 사람. 천방지축인 3∼5세 꼬마들 20명과의 수업은 여기서 승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오리 꽥꽥 돼지 꿀꿀 염소 음메∼에에에' 그림카드를 바꿔 들면서 친근한 동요와 율동에 맞춰 동물흉내 내기로 기선을 제압한 이들. 이어 김 전 교장은 '얍~' 기합과 함께 가위로 자른 리본줄을 이어 보이고 풍선에 바늘을 찔러 넣는 마술을 보여주며 여세를 몰아간다.
손바닥으로 귀를 막고 한껏 찡그린 아이들이 터지기는커녕 바늘에 매달린 풍선을 보며 박수를 치면 童心 잡기는 끝. 초록색 앞치마를 입고 코믹한 터치의 등장인물 그림을 하나씩 붙여가며 '단방귀'를 들려주는 할아버지를 아이들은 어느새 침을 꼴깍이며 바라본다.
"나쁜 아저씨는 방귀를 뀌려다 그만 똥을 싸서 돈은커녕 매만 맞았대요. 우리 친구들은 욕심 부리면 안되겠죠?"
"네∼"
이어지는 순서는 박 전 교사의 전래놀이. '일어 서. 자∼나처럼 해봐라 요렇게….'
동요와 율동으로 다시 주위를 환기시킨 그는 방바닥에 둥그렇게 깔아 논 동물그림 주위로 아이들과 함께 돌기 시작했다. 그러다 노래가 끝나 멈춘 자리에 있는 동물을 흉내내기로 한 것. 딴전 피고 우는 녀석도 생겼지만 '음머'하며 머리를 치켜든 승재(5), 두 팔로 코끼리 코를 만드는 유빈(5)이는 신났다.
박승재 군은 "할아버지 재밌어요. 마술이 진짜요"라고 웃는다. 아쉬운 작별시간. "감사합니다"는 말과 함께 직접 만든 카네이션 카드를 선물하며 안기는 아이들. 그 예쁜 모습에 보람도 그리고 미안한 마음도 든다.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면 내가 더 즐겁다"며 되레 아이들이 고맙다는 김 전 교장과 그 옆에서 "놀이방에 나오기 전에 한달 동안 일곱 번이나 전문교육을 받았고, 또 오늘도 리허설까지 했
지만 뭔가 다 쏟아내지 못했다"며 아쉬워하는 박 전 교사는 마치 초임교사와 같았다.
민영임(48) 원장은 "처음에는 어렵고 무서워하던 애들이 두 번째라고 율동도 같이 하고 안기기도 한다"며 세대간 친밀감 형성을 효과로 꼽았다. 17. 18일 나머지 9개조도 지난 3일 방문한 놀이방에서 두 번째 교육봉사 시간을 가졌다. 대부분 교사 출신인 이들은 지난해 안양시내 놀이방, 어린이집을 돌며 산타 활동을 펴 화제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