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김명교 기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출산위)가 ‘초등 저학년 3시 하교’ 도입을 위한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교육 현장이 술렁이고 있다.
오는 28일 저출산위는 ‘놀이와 휴식을 더하는 초등학교로의 변화 필요성과 쟁점’을 주제로 제7차 저출산고령화포럼을 개최하고 초등 저학년 하교 시간 연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초등 1~2학년생은 오후 1시, 3~4학년생은 오후 2시에 마치는데 이를 1~2시간 늘리자는 게 요지다. 맞벌이 가정 증가 등 사회 변화에 발맞춰 학교의 돌봄·교육기능을 강화해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교총은 16일 현장 교원들을 초청해 초등 저학년 3시 하교 관련 정책협의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학교 현실을 알면 내놓을 수 없는 정책”이라고 토로했다.
저출산위는 늘어난 시간을 학교 재량에 따라 놀이, 산책 등의 활동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교원들은 학생 안전 문제를 먼저 걱정했다. 놀이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운동장, 체육관 등으로 한정돼 있는데 이마저도 미세먼지, 폭염 등으로 인해 활용할 수 없는 날이 더 많기 때문이다.
김정미 전남 매안초 교사는 “교실이 좁아 책가방을 놓을 자리가 없어 사물함 위에 올리곤 한다”며 “운동장에 나갈 수 없는 날, 체육관이 없는 학교는 좁은 교실에서 놀이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안복현 경기 별망초 교장은 “놀이 시간이 늘어난다는 건 안전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라며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해당 정책을 시행해도 교원 업무는 현재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저출산위의 주장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초등 저학년은 쉬는 시간뿐 아니라 점심시간에도 교사의 지도와 보호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홍소영 서울고덕초 교사는 “초등 1·2학년생은 안전사고의 위험 때문에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도 눈을 뗄 수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 학년”이라며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이미 수업에 놀이를 접목해 가르치고 있는데 놀이 시간을 늘리라는 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객관적인 사업 평가도 이뤄지지 않은 놀이밥 공감학교 사례를 참고해 만든 정책이라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놀이밥 공감학교는 강원도교육청이 하루 100분 놀이 시간을 확보해 학생들의 놀 권리를 보장하자는 취지로 올해 3월부터 시범 실시하고 있는 사업이다.
이전기 강원 교동초 교사는 “놀이밥 공감학교는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 놀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는 사업임에는 틀림없다”면서도 “몇 개 학교의 성공 사례만으로 전국 모든 학교에 일반화 해 적용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마다 상황과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그 결과를 속단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이어 “자기주도적으로 놀이를 이끌어갈 수 있는 고학년에게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지만, 교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저학년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김갑철 서울신영초 교감은 “초중등교육법시행령에 따르면 수업이 시작되는 시각과 끝나는 시각은 학교의 장이 정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며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정책이라는 점도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