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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영어단어 달달 외우지 말고 그림으로 그려 보세요”

⑱오정화 전북 청웅중 교사의 타이포셔너리&비주얼씽킹 영어수업

글씨와 함께 단어의 뜻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어
감수성‧이해력‧표현력‧창의력 쑥쑥 자라나는 학생들
그림 실력 말고 좋은 아이디어를 칭찬해 북돋아야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영어교과에 있어 가장 기초이자 필수는 단어 학습이다. 엄청난 양의 단어를 무작정 달달 외우기만 하는 학생들…. 많은 학생들이 영어에 대한 흥미를 차츰 잃어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알파벳 단어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만의 스토리를 더해 생명을 불어넣는다면 어떨까. 애착과 함께 단어에 대한 기억력 또한 향상될 것이다. 오정화 전북 청웅중 교사는 이런 생각에서 ‘타이포셔너리(Typotionary)’와 ‘비주얼씽킹(Visual thinking)’을 활용한 영어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타이포셔너리란 타이포그래피(Typography)와 딕셔너리(Dictionary)의 합성어다. 문자에 생각이나 의도를 표현하는 시각 디자인 기법으로 ‘문자도’라고도 부른다. 글자의 의미와 관련된 그림을 글자 속에 넣음으로써 보는 사람이 글씨와 함께 단어의 뜻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비주얼씽킹도 비슷한 개념이다. 자신의 생각을 글과 이미지 등을 통해 체계화하고 기억력과 이해력을 키우는 시각적 사고 방법으로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고 나누는 것을 통칭한다. 비주얼씽킹의 장점은 정보를 직관적으로 쉽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 교사는 “사람들에게 오늘 보고 들은 정보들을 3일 후에 기억하게 할 경우, 들은 정보는 10% 밖에 기억하지 못하지만 본 정보는 65%를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각적 기억력은 더 오래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타이포셔너리와 비주얼씽킹의 좋은 점으로 감수성, 이해력, 창의력, 표현력 향상을 꼽았다.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고 생각을 빠르게 정리할 수 있게 하는 등 이미지로 많은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학생이 수업의 주인공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수업을 시작하고부터 아이들이 굉장히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참여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예전 강의식 수업은 오래되면 집중력이 떨어지기 마련이었거든요. 주로 모둠활동을 통해 아이디어를 모으고 결과물을 내면 친구들에게 설명하는 프로세스로 이어지다보니 오히려 교사의 설명이 필요 없어지더라고요.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 입장에서도 한결 수월해진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오 교사는 “모든 것을 학생들 손에 맡기고 나니 오히려 생각지도 못했던 창의적인 결과물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며 전북 금구중 학생들과 작업했던 다양한 사례를 소개했다. 예를 들어 물에 잠긴다는 뜻의 ‘drown’이라는 단어의 경우 o모양을 튜브 모양으로 그리고 물방물 그림 등을 더해 물 밑으로 가라앉는 모습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제일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딱딱한 문법도 표현 할 수 있어요. 관계부사에서 the reason why, the place where, the time when 등은 같이 쓰일 수 있지만 the way와 how는 함께 쓸 수 없잖아요. 이 점을 아이들이 많이 헷갈려 하죠. 동일한 의미의 부사가 중복되기 때문에 그런 것인데, 한 학생이 이 둘의 관계를 만날 수 없는 견우와 직녀에 비유해 표현해 놓았더라고요. 이렇게 해서 배운 내용이라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겠죠?”
 

그는 학생들이 배운 단어들을 더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도록 전교생을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으로 초대해 학생들의 결과물을 동영상으로 제작, 공유하고 있다. 수업에서 나왔던 중요한 내용들도 요약해서 올리는 등 카카오톡 채팅방을 잘만 활용하면 수업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오 교사는 또 학생들이 노트에다 그림을 그리게 하기 보다는 다양한 형태와 모양의 색지를 제공하고 단원별로 중요한 단어나 문법을 스스로 정리하게 한 뒤 결과물을 단원 당 10페이지 정도의 책으로 제작해 학생들에게 돌려주고 있다.
 

그림에 자신 없는 학생들이 주눅 들지는 않을까. 오 교사는 타이포셔너리와 비주얼씽킹 수업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이 바로 ‘그림을 칭찬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생각을 이미지로 표현하려다 보니 그림을 잘 그리려고 애를 쓴다는 것. 그럴 때마다 오 교사는 ‘그림을 잘 그렸다’, ‘그림이 예쁘다’라는 표현은 하지 않고 그림은 다소 엉성하더라도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에 폭풍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그러다보면 학생들도 자연스레 그림을 못 그려도 괜찮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더 쉽고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게 된다고.
 

 

그는 “사람을 유치원생처럼 졸라맨 모양으로 그려도 상관없고, 다른 사람들이 고양이 그림을 강아지 그림이라고 해도 스스로 고양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우기면 되는 일이지 그림 실력에 부담 갖지 말라고 학생들을 자주 북돋워준다”고 덧붙였다. 타이포셔너리와 비주얼씽킹 수업은 교사로서의 자존감도 되찾아줬다.
 

“사실 저희 세대가 배운 영어는 독해와 해석, 문법 위주의 강의식 수업이었잖아요.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영어 실력도 천차만별이고, 영상위주의 세대여서 강의식 수업에는 금방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 여러 모로 수업에 한계를 느끼던 참이었습니다. 제 수업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서 명예퇴직을 해야 하나 생각도 했습니다. 자괴감이 컸죠. 그런데 이 방법을 도입하고부터는 모든 것이 달라졌어요. 아이들이 영어시간을 지루해하지 않는 게 보이고 수업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하니까 그런 에너지가 제게도 전달됐습니다. 수업에 대한 부담도 많이 덜었고요.”
 

올해 전교생 13명의 소규모 학교 전남 청웅중으로 옮긴 오 교사는 수업방식에 새로운 숙제를 받아들었다. 한 학년에 한명인 경우도 있어 더 이상 모둠 활동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 학기를 맞은 요즘 이미지를 활용한 영어 수업을 어떻게 하면 소규모 학급에 적용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습니다. 다른 방법을 찾든 응용 방법을 찾든 수업방법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죠. 그러나 이 또한 제 타이포셔너리, 비주얼씽킹 수업에 대한 경험치를 높이고 보다 폭 넓고 다양한 수업연구를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 한해 수업이 또 기대되는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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