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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리폼하고 캘리그래피 만들고… 소질 없어도 즐거워요!

수업이 달라진다 ⑳ <끝> 한송이 대전여중 교사의 미래핵심역량을 위한 미술수업, 미술은 삶과 함께

준비학기→자유학기→연계학기로 구성
실생활 연계한 활동 중심으로 가르쳐
성찰일기·관찰일지 활용한 맞춤 지도
“그림·만들기, 미술 수업의 전부 아냐”

 

[한국교육신문 김명교 기자] 그리기에 소질 없는 학생들에게 미술 수업은 피하고 싶은 시간이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려워 미술 자체에 흥미를 잃고 싫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제 미술은 우리 생활 모든 곳에 스며들어 있다. 지난해 막을 내린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미(美)적 요소를 접목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개막식 공연과 올림픽 메달, 선수 유니폼 등 어느 하나 미술이 아닌 것이 없었다. 
 

한송이 대전여중 교사의 ‘미래핵심역량을 위한 미술수업, 미술은 삶과 함께!’는 이런 고민에서 고안된 프로그램이다. 대전 용운중 1·2학년을 대상으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했다. 한 교사는 “학생들에게 ‘미술 교과에서 무엇을 배울까’라고 물으면 90% 이상이 그리기와 만들기를 외친다”면서 “이제 미술은 우리의 삶 속에서, 생활 곳곳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과 연결 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교사의 미술 수업은 3년간 이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중학교 미술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1학년 수업은 ‘준비학기’와 ‘자유학기’로 나눠 운영하고, 2·3학년은 ‘연계학기’로 삼았다. 미래 핵심 역량과 미술 교과 역량을 동시에 기를 수 있게 설계했다. 
 

준비학기에는 미술의 기초, 조형 요소와 원리, 주제 표현과 표현 방법, 미술사 등 기초 소양을 기르는 데 집중했다. 자유학기에는 과학, 문화, 인문사회 등 다른 교과와 융합을 시도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또 2학년 연계학기에는 회화, 조소, 공예, 서예, 디자인 등 기초 표현 활동을 중심으로, 3학년 연계학기에는 시각문화(Visual Culture·시각과 문화가 합쳐진 말로, 문화적인 내용을 담은 시각 이미지라는 뜻)를 주제로 한 융합프로젝트 활동에 초점을 맞췄다. 한 교사는 “수업 시수에 비해 가르칠 내용이 많아서 핵심적인 내용만 뽑았다”고 전했다. 

 

“실생활에서 쓰일 수 있는 활동으로 구성했습니다. 공예를 배울 때는 가구 리폼 활동, 서예 수업에선 캘리그래피와 포스터를 제작하는 식이죠. 캘리그래피를 할 때는 디자이너가 작업하는 방식을 그대로 적용했어요. 컴퓨터로 관련 프로그램을 활용한 거죠. 수업하면서 완성된 포스터는 학교 축제 홍보에 쓰였답니다.”
 

 

학생들이 가장 좋아했던 수업은 ‘레인보우 장미로 마음 전하기’였다. 과학 교과와 미술을 접목해 식물의 구조와 색채의 기본인 삼원색을 알아보는 활동. 백장미의 줄기를 여러 갈래로 잘라 각각의 줄기를 식물염료에 담그고 꽃잎의 색이 변하는 걸 관찰했다. 완성한 장미는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했다. 한 교사는 “연말에는 학생들과 만든 레인보우 장미를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북트리’를 만드는 활동도 의미 있었다. 공공미술 작품이 인정받으려면 어떤 기능과 요건을 갖춰야 하는지 알아본 후 학교 도서관 통로에 북트리를 설치했다. 도서관 서고 정리를 하면서 폐기된 도서를 활용해 학생들이 직접 책을 나르고 쌓고 색깔을 입혀 작품을 완성했다.

 

한 교사는 “학교에 설치한 북트리에 대한 반응이 뜨거워 학교 앞 도서관에도 재능 기부 형식으로 북트리를 설치했다”면서 “이듬해 도서관 연합 축제 ‘책 문화 어울마당’에 북트리를 설치해달라는 의뢰를 받아 또 한 번 재능기부에 나서기도 했다”고 웃었다. 
 

한 교사의 미술 수업은 학생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특히 미술에 흥미 없던 학생들이 “그리기 실력이 없어도 생각하고 표현하는 수업을 많이 한 덕분에 창의력이 높아졌다”, “예술을 즐기면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수업 과정에 최선을 다하면 인정받고 좋은 점수도 받을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미술 교과의 평가 방법이 완성된 작품을 평가해 점수를 매기던 방식에서 벗어나 과정 중심 평가로 바뀌면서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필요했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수업 성찰일기와 수업 관찰일지. 수업 성찰일기는 교사가 차시별 성취 기준과 학습 목표를 제시하고, 학생 스스로 점검·반성하면서 쓰는 일기다. 수업 준비, 수업 참여에 대한 자신의 태도와 교사에게 하고 싶은 말도 적게 했다. 
 

수업 관찰일지는 교사가 학생들의 활동 과정을 정리한 기록이다. 수업마다 발견한 특이 사항과 수업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까지 적었다. 한 교사는 “2017학년도 2학기부터는 성찰일기를 미니북 형태로 제작해 학생들이 기록한 내용에 피드백을 해주는 방법으로 운영했다”면서 “학습자의 요구를 바로 수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개개인의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지도도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모인 기록은 학생의 성장 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되기도 했다. 
 

 

“공예를 가르치면서 살림살이 리폼 활동을 했어요. 평소 미술 수업에 적극적이지 않던 남학생이 그 무거운 책상을 집에 가져가 완성해오겠다고 하더군요. 부서진 곳을 메우고 페인트칠 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나 봐요. 그 모습이 참 기억에 남습니다. 앞으로도 다른 교과와 융합한 수업을 진행할 생각이에요. 올해는 특수 분장 수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서 미래 핵심역량과 미술 교과역량을 두루 갖출 수 있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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