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NEZIA는 라틴어로 ‘계속해서 오라’, ‘또 다시오라’는 뜻이다. 도시의 뜻처럼 계속해서 머물고 싶고, 또다시 한번 가고 싶은 그곳.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물의 도시로 손꼽히는 베네치아를 소개한다.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곡 <베니스의 상인>과 <오셀로> 배경지로 유명한 베네치아는 셀 수 없을 만큼의 나무 기둥 위에 건설한 118개 섬으로 이루어진 이탈리아 ‘물의 도시’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동차가 다니지 않으며, 심지어 응급 구조차량마저도 차량이 아닌 선박인 진기한 광경을 자아낸다.
섬과 섬을 연결하는 400여개의 다리와 작은 골목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건축물 등 베네치아에 들어오는 순간 카메라 셔터는 바삐 움직이고, 나의 심장 또한 바삐 뛴다.
베네치아 여행은 산타루치아역에서부터
베네치아를 여행하는 많은 여행자의 고민 중 하나는 ‘베네치아 어디에 숙소를 구해야 좋을까?’이다. 보통 산타루치아역(본섬)과 메스트레역(육지) 중에서 저울질한다. 메스트레역 근처 숙소는 산타루치아역보다 숙소 값이 저렴하고 깨끗하다는 장점이 있다. 산타루치아역(본섬) 숙소가 오래되고, 물가라는 특성상 모기와 해충이 많아 여행객들의 불편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왕 베네치아에 온 것, 베네치아 여행의 시작점인 산타루치아역 즉, 본섬을 중심으로 숙소 잡기를 추천한다. 도보로 여러 군데 돌아다니려면 기차로 한 번 더 이동해야하는 메스트레역보다 본섬의 숙소가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또한 밤에도 치안이 괜찮을뿐더러 물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 도시의 야경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며, 여행다운 여행을 만들어 줄 것이라 확신한다.
베네치아를 한눈에 보고 싶다면 종탑으로!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광장(Piazza San Marco)’은 핵심 관광지역이다. 베네치아를 상징하는 마르코 성인의 유해가 모셔져 있는 산 마르코 대성당, 산 마르코 광장에 우뚝 선 거대한 종탑, 베네치아 총독 건물이었던 두칼레 궁전(Palazzo Ducale), 죄인들이 교도소에 들어가기 직전 아름다운 베네치아 모습을 보지 못할 것을 탄식했다는 탄식의 다리 등 다양한 관광지역이 밀집해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 중 베네치아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산 마르코 광장에 우뚝 선 종탑은 꼭 가야할 곳이다. 산 마르코 광장에 들어서면 산 마르코 대성당에 들어가려는 사람들과 종탑 앞에 종탑 꼭대기 전망대로 올라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둘 중 고민하다 종탑 꼭대기로 올라가는 줄에 섰고,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1인당 8유로, 정원이 겨우 10명인 엘리베이터, 언제 줄을 서느냐에 따라 의외로 많이 기다려야 할 수도 있지만 꼭 가야 한다.
일단 종탑 꼭대기에 올라서면 한눈에 들어오는 붉은 지붕으로 구성된 베네치아, 그리고 베네치아를 둘러싼 푸른 바다 모습에 모든 근심과 걱정은 사라지고 탄성만 지르게 될 테니까.
베네치아 운송수단, 바보레토와 곤돌라
베네치아에서는 다른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두 가지 운송수단을 타보는 것이 좋다. 바로 바보레토와 곤돌라이다. 바보레토는 주요 관광지를 이어주는 수상 버스이며, 곤돌라는 뱃사공이 운전하는 작은 배로 건물과 건물 사이, 좁은 수로를 이동할 때 이용하는 전통적인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최근엔 관광객들의 증가로 좁은 수로보다는 관광코스를 도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바보레토와 곤돌라는 대부분 낮에 운행하기 때문에 ‘저녁 시간엔 무엇을 타고 베네치아를 관광해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 때쯤, 지인으로부터 한국인 보트 야경투어를 추천을 받았다. 수상보트를 타고 저녁 7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베네치아 본섬을 벗어나 바닷가 쪽까지 나갈 수 있으며, 베네치아 골목골목을 볼 수 있다는 솔깃한 말에 당장 예약했다. 이 결정은 종탑과 더불어 베네치아에서의 ‘후회 없는 선택’이 되었다.
베네치아 구석구석을 보트에서 보면 수로에서 보거나 걸으면서 보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베네치아에서 수상보트를 가진 유일한 한국인 가이드가 설명해주는 베네치아의 옛 모습과 옛 스토리들은 ‘베네치아에서의 제2여행’의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베네치아의 집들 대부분은 물길 앞에 정문이 있다는 것이었다. 옛날에는 도로가 없었고, 모두 수로를 통해 이동했기 때문에 수로 쪽으로 문을 내는 것이 정석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다리가 연결되어 대부분 이 정문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또한 베네치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다는 조선소 앞을 지나며 어떤 조선소보다 웅장했지만, 쇠퇴한 모습이 한편으로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네치아가 조선업보다는 관광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인 듯 보였기 때문이다. 곳곳의 베네치아를 지탱해주고 있는 나무 막대들과 베네치아를 비추는 바닷가 석양이 어우러져 보트투어의 아름다움을 배가시키고 있었다.
알록달록 나의 퍼스널 칼라 찾아보는 부라노섬
부라노섬은 베네치아 본섬에서 바보레토를 타고 1시간쯤 이동하면 갈 수 있는 작은 섬이다. 알록달록한 집의 모습이 인상적인 곳이기도 하다. 베네치아의 거주민들은 대부분 어업에 종사하는데, 안개가 많은 베네치아 특성상 안전을 위해 배를 밝은색 페인트로 칠하던 것이 집까지 이어져 현재 형형색색 예쁜 색깔의 집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또한 늦은 밤 귀가하는 어부들이 행여나 비슷한 집 모양 때문에 자기 집을 구별하지 못할까 봐 색을 알록달록하게 칠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양한 색 앞에서 모두 사진을 찍거나, 필자처럼 이탈리아 국기 색의 벽을 찾아 이탈리아에 왔다는 것을 인증하는 것도 여행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다.
오랜 전통의 유리세공으로 유명한 무노라섬 역시 바보레토를 타고 갈 수 있는데, 부라노섬 바로 전 정거장이다. 우리가 쓰는 안경과 거울도 무라노섬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한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유리공예 장인들이 많은 무라노섬도 가보길 추천한다.
<에필로그> 베네치아에 다시 가게 된다면 매년 1월 말 ~ 3월 초, 세계 10대 축제라고 손꼽히는 베네치아의 가면축제와 불꽃축제의 시기에 다시 방문하고 싶다. ‘또다시 오라!’는 베네치아의 말처럼 내 마음속에 1순위인 도시. 파란 하늘, 파란 바다, 베네치아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삶 속에서 불꽃과 함께 다시 한 번 푹 빠지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