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고등교육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재정부담을 느낀 대학의 시간강사 대량해고가 현실화되고 있다. 올해 1학기에만 전국 대학에선 강좌 수를 전년 대비 6655개 줄였고, 시간강사 일자리 1만여 개를 없앴다.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려다 대량해고 사태를 불러오자, 교육부는 4일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고 ‘대학 강사제도 안착 방안’도 내놨다.
일명 ‘강사법’이라고 불리는 고등교육법은 대학 강사의 처우 개선과 고용 안정성 보장을 규정한다. 대학 강사를 1년 이상 임용하되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3년 임용을 보장하고 방학 중에도 보수 지급, 4대 보험과 퇴직금을 보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2011년 개정 이후 7년간 4차례에 걸쳐 시행이 유예될 만큼 대학 사회에 첨예한 논쟁을 불러왔다.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강사제도 안착 방안의 핵심은 시간강사들의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을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고, 각종 재정지원사업과 대학 평가에 강사 고용현황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강사를 많이 줄인 대학은 재정지원을 줄이는 등 불이익을 주겠다는 초강수를 꺼내든 셈이다. 등록금 동결과 학생 수 감소 등으로 재정 어려움을 호소하는 대학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강사법이 본래의 취지대로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교육부는 대학의 강사 고용 실태 조사부터 시작한다. 오는 2학기 강사 임용계획에서 시간강사의 감소 수, 비전임 교원 중 강사의 비중 등을 살펴 이미 확보된 2학기 방학 중 임금 288억 원을 대학별로 차등 지원할 계획이다. 확보된 방학 중 임금은 강의 준비와 성적처리 업무에 필요한 기간을 각각 일주일로 보고 총 2주를 기준으로 산정했다.
대학 구조조정의 기준으로 삼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 ‘강의 규모의 적절성’ 지표도 강화한다. 소규모 강의는 없애고 과목을 통합해 강사 수를 줄이려는 시도를 막겠다는 의미다. ‘대학 혁신지원사업’과 ‘두뇌한국(BK)21 사업’ 선정 평가 시에도 ‘총 강좌 수’와 ‘시간강사 담당 학점’ 등 강사 고용 관련 지표를 반영한다.
시간강사의 퇴직금 문제도 논란의 여지는 있다. 퇴직금 지급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고, 예산 확보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현행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선 한 직장에서 1년 이상 근무하고 주당 15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에게만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명시돼 있다. 최대 9시간 강의하는 시간강사의 경우 지급 대상이 아니다. 교육부는 고용노동부와 협의를 거쳐 지급 기준을 만들고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학들은 교육부의 방안이 대학 통제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냐고 반발한다. 수도권 A대 교수는 “강사 고용 관련 지표를 재정지원에 반영해 대학을 독려할 수는 있어도 결과적으로 시간강사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것이냐는 생각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교육과정에 맞는 다양한 강의 개설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강의를 그때그때 개설하고 적합한 강사를 채용하고 싶어도 부담을 느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동석 한국교총 정책본부장은 “7년간 표류하던 강사법 시행으로 대학 강사의 처우 개선과 고용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대학이 호소하는 행·재정적 부담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이 빠져 있다”면서 “예산을 빌미로 정부의 정책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간강사 대량해고 현실화, 제2의 최저임금제 효과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