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허, 카페마당에 연자방아가 있고 1970년대 제비집 흔적까지 그대로 있는데 한옥 재생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더욱이 LP판에서 흘러나오는 재즈 음악은 우리의 귀를 행복하게 해 주네요. 폐가를 살려 놓으니 도시 미관도 살아나고 번듯한 퓨전카페가 탄생했네요.”
카페 일구오삼을 두고 하는 말이다. 카페 주소는 율전동 356-3이고 도로명 주소는 율전로 107번길 73. 수도권 전철 1호선 성균관대역 부근인데 주택가에 자리 잡았다. 여기에 가면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건물 주인(張 씨)으로부터 1953년 지어진 이 주택의 변천사를 들을 수 있다. 당시 1950년대와 1960년대 사회상을 추억할 수 있다. 대한민국 근대사의 일면을 볼 수 있다.
6.25 전쟁 때 비행기 폭격으로 이 마을 초가집 14채가 사흘 동안 불탔다. 집도 없이 이웃의 단칸방에 살다가 1953년 휴전이 되면서 가을에 부랴부랴 동네 사람들과 함께 집을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 카페 이름이 일구오삼. 당시는 궁핍하던 시절이라 세끼 밥만 주면 임금도 받지 않고 함께 집짓는 일을 했다고 전한다. 이 집 사랑방에서 숙부 두 분이 신혼살림을 하셨고 장 씨 형제도 모두 이집에서 태어났다.
이 집의 역사를 간략히 살펴본다. 처음엔 행정구역 명칭이 일왕면 율전리. 1960년대 수원으로 편입된 것이다. 처음 초가집이 1970년대 새마을 운동으로 석면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뀌었다. 2011년엔 기와모양의 양철지붕으로 되었다가 지금의 퓨전 카페로 변했다. 집 뒤편엔 참죽나무가 무성했다. 그 참죽나무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 카페의 여러 인테리어 소품은 폐가 직전의 여기 한옥에서 나온 것이다. 실내외 장식품은 건물주의 조부모, 부모가 쓰던 것이다. 율전동 장(張) 씨 일가가 이 지역에서 15대를 살아 왔는데 가족의 애환이 담겨 있는 이곳은 한옥카페로 변신했다. 작년 10월 공사를 시작하여 100여 일 공사 끝에 지난 2월 1일 문을 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앞마당의 연자방아. 이것 어디에서 가져왔을까? 마당 끝에서 포크레인으로 캐낸 것이다. 연자방아는 곡식을 찧거나 빻는 방아의 한 가지로 가축의 힘을 이용한다. 당시엔 마을마다 연자방아를 갖추어 놓고 공동으로 사용하였으나 지금은 거의 볼 수가 없다. 조부가 쓰시던 연자방아는 정미소가 생기면서 무용지물이 되자 땅속에 묻었던 것. 이번 리모델링 공사 중에 땅에서 꺼내 앞마당에 전시하였더니 아주 멋진 오브제가 되었다.
카페 탁자와 마당 툇마루 의자는 마루에서 뜯어낸 널빤지를 재활용했다. 창호와 다락문은 천장에 매달거나 벽면 인테리어 도구로 활용하니 당시 옛 주택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심지어 부엌이었던 곳의 서까래는 색깔이 시꺼멓다. 당시 연기에 그을려 그렇게 된 것이다. 나무로 불을 때 음식을 만들거나 구들장을 덥힌 것이다.
천장에 뚫린 구멍을 막은 것이 보인다. 그 구멍은 바로 쥐구멍. 당시엔 집집마다 쥐들이 살았다. 천장은 그들의 놀이터였다. 그 쥐구멍 흔적을 깨끗이 없애지 않고 남겨 놓았다. 쥐구멍도 인테리어의 소재가 되는 것이다. 그뿐 아니다. 조모가 1970년대 직접 만든 깔따리 둥구미는 꽃바구니 장식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마당을 장식하고 있는 1980년대 육각형 보도블록은 이 집에서 직접 찍어낸 것이다. 이것을 보면 엣 추억이 새롭다. 여기서만 들을 수 있는 LP음악도 있다. 진공관식 오디오에서 부드러운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여기엔 총 1300 여 장의 레코드판이 있는데 재즈음악이 5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팝이나 가요다. 이 음악을 듣고자 카페를 찾는 손님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엣 것을 버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새로운 것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폐가를 재생하여 카페로 재탄생시키고 옛 물건을 다시 살려내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한다. 도시재생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옥재생도 있다. 수원의 역사 이야기가 있는 카페다. 이곳에서 직접 만든 대추차나 바리스타(아들 율전중 출신 일본 유학파 축구선수)의 커피 한 잔 마시며 재즈 음악을 들으면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카페 일구오삼에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수원의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