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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공원에 건 현수막 틀린 글씨, 어떻게 할까?

스펠링 오류 바로 잡은 해프닝 이야기

일월공원에 걸어 놓은 포크댄스 홍보 현수막 글씨가 틀렸다. 더 정확히 말하면 영어 단어 스펠링 한 개가 틀렸다. ‘Folk’의 ‘l’이 ‘r’로 표기되어 'Fork'가 된 것이다. 게시되어야 할 올바른 문장은 ‘Shall We Folk Dance?'이 맞는데 ‘Shall We Fork Dance?'로 게시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어떻게 해결하여야 할까? 만약 독자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구운동 마을만들기협의회 주관으로 지난 8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6시엔 일월호수공원 원형광장에서는 수원시민을 대상으로 포크댄스 배우고 즐기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구호는 ‘가족, 이웃, 친구와 손잡고 행복 포크댄스’다. 이것을 홍보하기 위해 현수막 두 개를 제작하여 직접 걸었는데 단어 하나 스펠링이 틀린 것이다. 이것 바로 잡아야 한다.

 

제일 먼저 한 것은 업자에게 보낸 주문 신청한 파일을 확인하였다. 현수막은 소비자가 주문한대로 제작하므로 잘못의 근원부터 찾으려는 것. 주문 원고는 제대로 되었다. 휴, 다행이다. 이게 왜 바뀌었을까? 전화로 확인하니 스펠링이 'Fork'인 줄 알고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자와 함께 주문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출력 전 모니터 최종화면을 보여 주었는데 잘못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

 

이것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아마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다. 교직에 있는 애내는 현수막을 빨리 교체하라고 성화다. 호수를 산책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잘못된 것을 가르쳐 주고 있으니 아니 된다는 것. 특히 학생들도 보고 있으므로 잠재적 교육과정 상 비교육적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누가 교육자 아니랄까봐. 나도 교육자다.

업자는 보통 사람들은 그것을 유심히 보지 않으므로 민원이나 이의 제기가 없으면 그냥 두어도 된다고 한다. 아마도 이런 일을 몇 차례 경험한 듯한 발언이다. 현수막 전체 내용으로 보아 내용을 이해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받아 들였다. 아마도 자기 잘못을 인정하면 다시 출력해야 하기 때문에 성가신 일은 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협의회에 마을 주민의 대화와 소통으로 포크댄스를 제안하고 재능기부를 하기로 했고 실무 작업인 현수막을 직접 주문하고 걸었던 나. 완벽주의자가 실수를 했다. 사람을 믿고 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저 현수막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다시 출력하는 업소 피해도 줄여야 한다. 지구 살리기 차원에서 물자 절약도 해야 한다. 내린 결론은 틀린 스펠링만 고치는 땜질 처방.

 

땜질할 현수막 천을 출력 받아 작업에 들어걌다. 이런 일 처음이다. 생활철학이 ‘도전은 즐겁다’와 ‘실행이 답이다’다. 인근매장에서 순간접착 본드를 1천원에 구입했다. 가위, 칼, 유리 받침을 갖고 현장에 갔다. 현수막을 떼어 펼쳐놓고 땡볕에서 일을 하니 땀이 비 오듯 떨어진다. 원래 있었던 글자를 덮어 가려야 하는데 그게 아니 된다. 집에서 크레파스를 가져다 흔적을 지워 본다.

모두 두 곳에 게시되어 있어 다른 한 곳에 가서도 현수막을 떼어 같은 작업을 했다. 첫 번 작업보다는 수월하게 된다. 틀린 글자 흔적을 이번엔 헝겊을 오려 안 보이게 붙이고 노란색 크레파스로 땜질 흔적을 안 보이게 했다. 멀리서 보니 그런대로 볼만하다. 그러나 땜질 자체가 흔적이 남으므로 그리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두 시간의 작업이 끝났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그룹 산하 회사 신입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우리 아들. 내가 오늘 한 일을 설명하니 현수막의 품격을 생각해 비용이 다시 들어가더라도 새로 제작해 게시하라고 한다. “공원 이용자가 많고 현수막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보는데 땜질한 현수막을 거냐?”고 되묻는다. 아내처럼 당연히 잘못한 업자가 다시 해 주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한다.

 

괜히 수준 높은 척 영어를 쓰다가 이런 일이 벌어졌다. 국어교사 출신답게 “우리 함께 포크댄스 할까요?” 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류 발견 즉시 수정하길 잘 했다. 협의회 총무 전언에 의하면 구운동행정복지센터에 공원 현수막 글씨 오류 관련 민원 전화 두 건이 있었다고 한다. 다행히 답변은 ‘오류 발견해 수정했다’고 해 해결되었다는 것.

 

국제화와 다문화 시대를 반영한 표기 때문이지 지난 토요일에는 80대로 보이는 외국인이 공원 포크댄스에 동참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말도 조금 할 줄 아는데 천천동에 거주하며 미국인이라고 답한다. 이제 두 개의 현수막 변색이 되어 재제작하게 되면 디자인도 새로 하고 문구도 바꾸려 한다. 영어 문장을 살릴까 아니면 우리말로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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