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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당연한 놀 권리… 원하는 놀이터를 주자”

<학교놀이터를 살리자>

아이들 외면받는 천편일률 시설

서울 ‘꿈을 담은…’ 눈여겨 볼만
체력 기르며 모험 즐기게 해야
학교놀이터 공사 교사 참여 필수
세종시 사례는 눈높이 맞춘 것

 

 

어릴 적, 학교 운동장에 가면 공을 차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이미 운동장을 독차지 하고 있는 형들 때문에 공을 차기가 쉽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동네 경사진 빈 공터에서 두 팀으로 나누어 공을 차곤 했죠. 여름에는 냇가에서 물놀이를, 겨울에는 논에서 썰매타기를 하고 봄‧가을에는 다양한 바닥놀이를 하면서 삶 속에 노는 것이 전부였던 그 때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지만 요즘 어린이들은 어떨까요. 대부분의 시간을 학력을 높이기 위한 울타리 안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OECD 국가 중 가장 불행한 대한민국 어린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면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나오기까지 합니다. 게다가 학교폭력은 날로 증가하고 있고 그 방법도 더욱 교묘해 지고 있습니다. 사회적 범죄도 늘어나면서 서로를 인정하고 격려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점점 희미해지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갈수록 삭막한 세상이 되는 것 같아 우울해 지곤 합니다. 
 

이제는 변화해야 합니다. 누군가 지금을 살아가는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린이들이 당당히 누려야 할 권리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어린이들의 생각과 마음을 헤아려야 합니다. 어른들이 실천적으로 도와야 할 때입니다. 저는 그 중 하나가 어린이들이 신나게 놀 수 있는 놀이터를 선물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이 놀 권리에 대한 개념은 영국 국제아동기금단체연합이 1922년 발표한 ‘세계아동헌장’에서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제25조에는 ‘모든 학교는 놀이터를 갖추어 모든 어린이가 방과 후 놀 수 있는 놀이터를 제공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죠.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일제강점기였던 1923년 방정환 선생의 ‘아동권리 공약’에 어린이의 놀 권리가 포함됐습니다. 또 1957년에는 제33회 어린이날을 맞아 대한민국 어린이헌장이 공포됐으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이어서 어린이의 놀 권리가 실질적으로 확보되진 못했습니다. 
 

1989년 11월에는 ‘자신의 연령에 적합한 놀이와 레크레이션 활동에 참여하고 문화생활과 예술에 자유롭게 참여하는 어린이 권리를 인정한다’(제31조)는 내용이 포함된 유엔 아동권리협약(UNCRC)이 발표됐습니다. 비로소 선진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어린이의 놀 권리를 국가정책으로 다뤄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이죠. 우리나라도 2015년 5월 ‘어린이 놀이헌장’을 선포하고 어린이들의 놀 권리를 존중해 놀이터와 시간을 제공해 줄 것을 선언했습니다. 대한민국의 곳곳에서 이러한 선언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어린이 교육활동의 중심에 있는 학교에도 비로소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사실 현재의 학교 놀이터를 보면 참담합니다. 천편일률적인 그네, 시소, 미끄럼틀, 철봉 등이 전부고 그나마 조금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교들에 다목적 놀이터가 설치돼 있을 뿐이죠. 하지만 이런 놀이터는 어린이들이 놀면서 성장할 수 있는 요소가 제한적입니다. 체력단련 중심이거나 단순한 활동만을 요구하다보니 어린이들에게 큰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서울시교육청은 ‘꿈을 담은 놀이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37개 초등학교에 놀이터가 완성됐거나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어린이들의 놀 공간을 확보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새롭게 만들어 가고 있는 점에서 바람직한 사업이라고 봅니다. 기존의 단순한 놀이터 형태를 과감히 탈피한 점도 눈여겨 볼만 합니다. 
 

새로운 놀이시설을 경험하면서 학생들은 자신의 신체를 안전하게 대응하고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체력도 기르면서 모험을 즐기고 싶은 어린이들의 마음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의 대전환을 이룬 것이죠. 학교 놀이터는 어린이가 다양한 사회관계를 맺는 장소이자 다양하고 풍부한 감각경험은 물론 휴식과 즐거움을 제공해야 하는 장소입니다. 어린이들은 우리 모두가 소중히 여겨야 할 다이아몬드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죠.
 

사실 전국적으로 보면 교육청보다는 보면 지자체에서 더 많은 놀이터를 창의적으로 짓고 있는 실정입니다. 새로운 아파트 단지를 가보면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놀이터를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세종시가의 이러한 예를 잘 보여줍니다. 남윤제 세종도원초 교감은 “세종시는 아파트를 지을 때 수영장 뿐 만 아니라 어린이 놀이시설을 주제가 있는 특색 있는 것으로 만든다”며 “마을 놀이터 외에도 학생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기 때문에 학교와 마을의 어린이 놀이터는 설계부터 시공까지 어린이들이 참여해 의견을 반영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어린이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 넣어 주기 위해서는 어린이들이 원하는 놀이터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죠.
 

한국교총도 어린이 중심의 새로운 학교 놀이터를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현재 그 중심에서 한국교총 산하 초등체육교육 전문가로 구성된 한국초등체육교육연구회(회장 석승하)가 학교놀이터를 왜, 어떻게, 어떤 놀이터로 만들어 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10여 명의 교사들이 지난달 12일부터 2박 3일 동안 창의적인 학교놀이터를 찾아 전국의 유명한 놀이시설 20여 곳을 둘러보는 현장연수도 다녀왔습니다. 
 

새롭게 구축된 전국의 놀이시설을 탐방하며 느낀 것은 어린이의 모험심과 즐거움, 창의적 사고력을 길러주는 학교놀이터를 만드는 일을 학교 외벽공사, 창문교체 공사, 운동장 하수도 공사 등과 같은 건축과 시설보수 수준의 외부업체 손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학교 안에 세워지는 학교놀이터 만큼은 오랜 시간 초등학교 체육과 놀이교육을 연구하고 실천하고 있는 교원들이 모여 여러 학교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이에 한국교육신문과 한국초등체교육연구회는 대한민국 초등학교의 놀이터가 어린이들의 진정한 친구로 표현되고 건강한 성장을 이끌어 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좋은 놀이터의 조건과 기준은 무엇인지, 학교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고민이 필요한지에 대한 연구회의 노하우를 연재를 통해 나누고자 합니다. 좋은 학교놀이터를 만들고자 하는 선생님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하는 교육환경을 구축해 나가고 교육의 중심에 어린이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대한민국 교육의 온전한 성장을 더불어 꿈꾸며 달려 나가겠습니다.  김갑철(한국교총 부회장, 서울보라매초 교장) 전 서울초등체육교육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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