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Q, CQ, CQ! 여기는 HL5 NPX 팔공산, 카피되시는 분 144.800 QSY 부탁드립니다" 무르익은 가을, 도로 정보, 팔공산의 맛집 이야기…. 콜 사인 'HL5 NPX' 아마추어 무선사 박용기교감(경북 상주 화령중고·51)의 가을 나들이는 햄(HAM)과의 래그츄잉(ragchewing-햄들간의 대화)으로 시작된다. 마이크만 들면 원하는 정보를 모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92년 구미전자공고 재직시 시작했습니다. 공고는 대개 햄장비를 갖추고 있거든요. 전파로 다른 사람과 특히 해외 어디든지 통신할 수 있다는 데 매력을 느껴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시절 외국인 관광객 통역원으로 일한 적이 있는 박교감은 3급 무선전화급 자격을 취득하자마자 외국과의 통신에 주력했다. 핀란드, 독일, 일본, 슬로바키아 등 30여 국가 500여 지국과 통신을 했다. 10여분 내외의 짧은 통신이지만 전혀 모르는 나라, 친구를 사귀게 된다는 사실이 그를 햄의 세계에 빠져들게 했다. MHR 201(차량용), FT-2200(지역용), TH 79A(휴대용), TS 850S(해외용) 등 장비를 구입하고 전국교사 모임인 '84 note'에 가입, 주제를 놓고 활발한 래그츄잉도 벌였다. 장애자 모임이나 행사에서 봉사활동도 했다. 그의 권유로 가족(부인과 두 아들)도 모두 자격을 획득, 가족국까지 개통했다. 통신 횟수가 늘어가면서 박교감은 이론에도 관심을 갖게됐다. 의외로 햄의 정의도 뚜렷하지 않았고 잘못 쓰고 있는 용어도 많았다. 또 통신법을 몰라 '잠수'(통신을 그만두는 것을 의미)하는 무선사가 많다는 사실도 알게됐다. "무선공학분야는 제가 건드릴 수 없지만 용어와 사용법에 대한 정의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우리 햄 역사가 50년인데 주먹구구식 통신은 이제 그만해야 하지 않겠어요. 관련 서적을 찾고, 번역하고. 그렇게 책을 쓰게 됐습니다" 지난 5월 출간된 "햄과 래그츄잉"(도서출판 새벽)에는 햄의 정의, 래그츄잉과 그 용어들, Q부호의 의미와 상식 등 아마추어 무선사들이 알아야 할 상식과 대화 예문들이 상세히 실려있다. "제가 사실 부끄럼을 많이 타는 성격이에요. 그런데 햄을 하면서 공포증이 많이 줄었죠. 통신내용을 모든 통신자가 듣기 때문에 언어예절에도 신경 쓰게 되고요"라며 햄 예찬을 펴는 박교감. 오늘도 그는 대구로의 퇴근길 두시간을 따뜻하게 채워줄 부인과의 래그츄잉에 마음이 설렌다. /서혜정 hjkara@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