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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투기에 휩쓸릴까?

“친구가 부자가 되는 것만큼, 사람의 분별력을 어지럽히는 일은 없다” - 찰스 킨들버그

 

ELS(주가연계증권)나 가입해 볼까? 한마디로 유행입니다. 6월 기준 국내 증권사의 ELS·DLS 잔액이 116조 원이나 됩니다(금융위원회). 누가 ELS로 쉽게 4~5% 수익을 냈다고 하면 괜히 적금이나 들고 있는 내가 한심해집니다. “이러니 부자가 못되지….”

 

우리는 남의 투자를 따라 합니다. 대표적인 게 아파트입니다. 대학 동기 아무개가 산 아파트는 벌써 3억 원이 올랐다고, 외사촌 형님은 아파트 입주도 하기 전에 분양권을 팔아서 그냥 1억 원을 벌었답니다. 달러 빚을 내서라도 나도 뭐든 하나 사야 하나 싶습니다. “이제라도 저 열차를 타야 할 텐데….”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그런데 동서고금 값이 오르기만 하는 자산은 없습니다. 많이 올랐다 싶으면 떨어지거나 폭락합니다. 이걸 알면서도 우리는 왜 자꾸 오르는 자산투자에 올라타고 싶을까요. 왜 자산 가격이 급등하면, 우리의 합리적 판단은 맥을 못 추는 걸까요?

 

 

런던 시민들은 왜 남해주식회사 주식을 샀을까?

네덜란드 튤립투기 열풍 이후 90년이 흐르고, 1700년대 초 스페인 왕위계승 전쟁으로 막대한 빚을 지게 된 영국 왕실은 ‘South See Company(남해주식회사)’라는 민관 합자회사를 만듭니다. 왕실은 국채를 발행해 현금을 조달합니다. 정부에 (돈을 빌려주고) 채권을 인수한 시민은 그 채권으로 ‘South See Company’의 주주가 될 수도 있습니다. 회사가 돈만 잘 벌면 투자자도 좋고, 영국 정부도 빚을 갚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앙아메리카에 노예공급을 허용해주고, 막대한 무역도 중개할 것으로 알려진 ‘South See Company’는 막상 한 푼도 돈을 벌지 못합니다. 1718년, 영국 정부는 다시 천문학적인 국채를 발행하고, 회사는 전환사채를 발행해 국채 전부를 인수합니다. 영국이라는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면 국채는 언젠가 원금을 받을 것이고, 그러니 이 안전한(?) 투자에 런던 시민들의 줄이 이어집니다.

 

1720년 어느 날(우리나라는 숙종 45년), 런던 시내는 ‘South See Company’가 새롭게 발행하는 주식(증자)을 인수하려는 마차행렬로 도시가 마비됩니다. 1720년 1월 128파운드이던 주가는, 8월 초 1천 파운드를 돌파합니다(만유인력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은 주가가 700파운드를 돌파하자 뒤늦게 이 회사 주식을 대량 매입했다). 하지만 8월 24일 이 거품은 결국 꺼지고 ‘South See Company’ 주식은 휴지조각이 됩니다. 뒤늦게 뛰어든 서민들이 더 큰 피해를 봤습니다(이 무렵 유럽 대중들은 ‘윌리엄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에 열광했는데, 학자들은 이런 시대 흐름이 런던의 투기열풍에 일조했다고 보고 있다. ‘윌리엄 디포’도 이 투자로 막대한 돈을 잃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 줄에 함께 선다

인류가 투기열풍에 휩싸인 사례는 지난 10여 년간 수도 없이 많습니다. 100여 년 전, 최후의 대부자 FED(미 연방준비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시민들은 은행은 더 이상 망하지 않고(내 돈은 더 이상 떼이지 않고), 시장경제가 완성됐다고 믿었습니다. 산업생산은 급증하고, 주가는 계속 올랐습니다. 몇 해 지나지 않은 1929년 대공황이 찾아옵니다. 다우지수는 2년 만에 300에서 41로 추락했습니다.

 

가깝게는 서브프라임모기지(Subprime mortgage) 사태가 있습니다. 당시 모두 빚내서 집을 사는 시대가 온 것으로 믿었습니다. 다들 하니까 나도 그렇게 했습니다. 집값은 계속 올랐고, 누구나 도장 몇 번만 찍으면 주택을 선물처럼 받았습니다. 거품은 2006년 말 급격히 꺼졌고, 이 무렵 미국인 340만 가구가 집을 압류 당했습니다(서울 전체가 330만 가구다).

 

지금도 수많은 투기가 우리 주변에서 이어집니다. 거시경제나 유동성 흐름, 특히 금리 움직임은 관심 없습니다. 남들이 줄을 서면 우리는 그 줄에 함께 서고 싶어 합니다. 경기도 용인 성복에서 다시 아파트전매가 성행합니다. 10여 년 전 수많은 건설사가 미분양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은 곳입니다. 파주와 김포 심지어 영종도에서도 불티나게 아파트가 분양됩니다(영종도는 10여 년 전 입주한 아파트 가격 폭락에 항의해 입주자대표가 분신한 곳이다).

 

투자는 맛있는 식당에 줄 서 있는 손님들을 따라 들어가는 것과 다릅니다. 가격이 오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자산에 사람이 몰리면(수요가 높아지면) 그만큼 가격이 오릅니다. 가격이 더 오르면 대중은 더 관심을 갖고, 가격은 더 급등합니다. 하지만 ‘모든 상품은 궁극적으로 가치에 맞는 가격’을 갖습니다. 사겠다는 사람(수요)이 높아져 오른 가격은 언젠가는 가치에 맞게 내려갑니다.

 

시장은 불확실하고, 예측은 정확하지 않다

가격은 예측이 어렵습니다. 특히 그동안 올랐다는 이유로 오르는 자산은 없습니다. 우리 예측은 번번이 빗나갑니다. 타워팰리스가 반포 한강변 아파트의 절반 값이 될지, 광주 봉선동 아파트 값이 13억 원을 넘어갈지 우리는 몰랐습니다. 분당과 일산의 집값 차이가 두 배가 될지, 우리가 이렇게 불현듯 대형 평형을 외면하게 될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분명한 것은 시장은 불확실하고, 우리 예측은 정확하지 않다는 겁니다.

 

그러니 남을 따라 투자하면 안 됩니다. 투자 행렬을 따라가면 돈을 잃기 쉽습니다. ‘지금 이러니까 내일도 그렇겠지’ 믿고 간다면, 거대하고 선제적인 투자자들에게 당하기 쉽습니다. 당신의 손실은 ‘내일은 그렇지 않을 것’으로 믿는 사람들의 수익에 보탬이 될 뿐입니다.

 

1) 좋은 투자는 특정 자산의 미래 수익을 정교하게 예측한 투자입니다. 2) 나쁜 투자는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심리변화를 예측해 하는 투자입니다(흔히 투기라고 한다). 3) 최악의 투자는 그냥 남들이 사서 올랐으니까 나도 따라하는 투자입니다. 돈을 잃기 가장 쉬운 유형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가장 자주하는 투자 유형입니다.

 

‘공포를 사고 탐욕을 팔아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모두 공포에 잠겼을 때 투자하고, 모두 탐욕에 잠겼을 때 팔라는 뜻입니다. 당신은 어떤 식으로 투자하고 있습니까? 혹시 남들이 다 하길래 나도 하려는 건 아닌지요? 300년 전 런던 시민들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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