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 이후 대입 개편에 대한 요구와 논의가 쏟아지는 가운데 정작 중심을 잡아야 할 교육부는 한 발 뒤로 물러서 있는 모습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지난달 30일 교육부와 당정청협의 후 11월 셋째 주에 정시확대에 관한 구체적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조 의원은 구체적 방안을 확정하는 데 있어 ‘시·도교육청의 이야기도 들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4일 발표하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자체적인 대입개편연구 결과를 반영할 것을 시사했다.
뿐만 아니라 이날 회의에서는 급격한 정시 비율 확대라는 접근은 하지 않기로 했으나 ‘급격한 확대’의 기준을 40%가 아닌 50%로 언급함으로써 당초 합의된 비율인 30%를 유지한다는 교육부 입장보단 전향적으로 검토될 수도 있을 가능성을 열어놨다. 또 2028학년도 이후 수능 서술형 포함 등이 언급되면서 정시 확대 문제도 정리되지 못한 상황에서 수능 서술형 도입 찬반 논란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 정부 들어 대입개편 논의에서 교육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정치적 여론에 따라 흔들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통령 취임 첫 해에는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주장하다가 반대 여론에 부딪히자 유예했다.
이후 교육부는 대입개편 논의의 공을 국가교육회의로 넘겼고, 국가교육회의는 다시 대입개편 특별위원회에, 특위는 다시 공론화위원회에 넘겨 하청에 재하청을 준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숙명여고 사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 입시 비리 의혹 등이 이어지자 9월 1일 대통령이 대입 제도 전반 재검토를 지시했고, 지난달 22일에 시정연설에서 대입정시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 다시 ‘교육부 패싱’ 논란 등 혼란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25일에 이어진 첫 교육관계장관회의에서도 정시 확대에 힘을 실었다.
이후 교육부는 공론화를 통해 합의된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바꾼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정시 확대 찬반 입장을 가진 단체들은 연일 성명을 내고 다시 한 번 여론전을 펼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교총은 정치권에서 대입개편 논의를 주도하는 상황에 대해 “대입 개편은 이해가 첨예하고 고교 교육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정치적 요구와 여론에 떠밀려 지엽적 논의만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대입 개편이 더 이상 정치적 수사로 흔들리거나 목소리 큰 소수의 주장에 좌우되지 않도록 교육부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