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정부가 결국 지난해 대입 개편 공론화 결정을 뒤집고 정시 수능위주 전형을 더 확대하기로 했다. 교총은 대입제도를 정권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개편하지 못하도록 법률로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
교육부는 28일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쟁점이었던 대입 전형 간 비율은 학종과 논술 위주 전형 쏠림이 있는 서울 소재 16개 대학에 수능 위주 전형을 40% 이상 확대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논술 위주 전형과 어학·글로벌 등 특기자 전형 폐지도 유도하기로 했다.
학종은 자기소개서와 비교과활동은 폐지하기로 했다. 대학은 세부평가기준을 공개하고 1인당 평가 시간을 확보하고, 고교는 교사 평가·기록 역량을 강화하고 불공정 기재에 대한 엄정한 징계기준을 적용키로 했다. 또 사회적 배려 대상자 10% 이상 선발을 의무화하고 수도권 대학에서는 지역균형 전형 10% 이상 선발하고 학생부 교과 위주로 선발하기로 했다.
방안이 발표되자 교육계의 비판이 쏟아졌다. 교총은 이날 입장을 발표하고 “전 법무부장관 자녀의 입시 부정과 도덕성 문제는 도외시한 채, 결국 대입제도만 또 뒤바꾸고 밀어붙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총은 “공론화 결정을 파기하고 정권의 입맛에 따라 대입제도가 또 바뀌었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그럼에도 교육부는 새로운 수능체계를 2021년까지 마련해 2028학년도부터 적용하겠다는 재개편 예고까지 해버렸다”고 개탄했다. 이어 “대학입시라는 국가 교육의 큰 틀은 한번 정하면 쉽게 바꿀 수 없도록 법률로 명시해 제도의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정시 확대는 전형 간 균형 차원에서 공감한다”면서도 “지난해 공론화 과정에서 45%가 주요하게 제시됐음에도 받아들이지 않았다가 정권의 요구에 떠밀려 특정 학교만 적용하는 급조된 정책을 발표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대학의 40% 적용을 위해 결국 재정을 무기로 대학의 선발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태도 지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교과영역 폐지에 대해서는 “지난해 공론화 과정을 통해 기재 범위를 대폭 축소했음에도 한 번 시행조차 해보지 않고, 아예 미반영하는 것은 학종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과 학교의 다양한 교육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학생부 기록의 공정성을 위해 ‘연수’ 외에 별다른 대안 없이 불공정 기재 시 엄정히 징계하겠다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교총은 “이런 상황에서 징계기준만 강화하는 것은 학생의 다양한 정보 기록에 부담으로 작용해 학생부 기록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교원 증원 등 고교교육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선순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 모임’은 “정시 40%와 확대를 서울 소재 16개 대학으로 한정한 것은 납득할 근거 없이 어중간하게 절충한 총선용 정시확대”라고 비판했다. 특히 “비교과영역을 폐지하면 학생부교과전형과 다를 바 없고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의 정성평가 요소는 유지돼 불공정 여지는 남긴 최악의 대입전형”이라고 혹평했다.
실천교육교사모임도 “교육을 총선용 정략으로 접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면서 “40%에는 객관적 기준도 존재하지 않으며, 교육부가 집중 관리하겠다는 대학과 나머지 대학의 차이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교육적 설명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또 “교육부가 대학 서열화를 공인하면서 사교육계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라는 의혹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