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서울시 교육감 당선자가 초등학교의 교과 학력 평가 제도를 부활하겠다고 밝혔다. 언론은 서울시 교육감 당선자가 초등학교에서 중간고사, 기말 고사 등의 지필 평가를 부활하고 현재 실시하고 있는 서술형 평가를 수우미양가 등 5단계 평가 체제로 바꿀 뿐 아니라 학급별 석차가 명기된 성적표를 가정에 통지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기초 학력의 충실한 정착이 학교 교육의 근간을 이루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과거, 초등학교 교육이 입시 지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악몽을 우리는 아직 잊지 않고 있다. 중등학교는 여전히 상급학교 진학 준비로 인해 중등교육이 담당해야 할 교과교육이외의 많은것들,결코 잃어서는안될중요한 부분들까지도놓치고있는것이오늘날우리교육의 현실이다.
교육은 학생들이 지닌 제 각기의 독특한 개성과 특성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교육의 본질은 이와 같은 개인차를 존중하여 피교육자가 자아를 나름대로 실현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자아의 실현이 사회의 공익에까지 이르는 데에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과 도덕성을 갖추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의 교육과정은 개성과 특성이 각기 다른 모든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운영되어야 한다. 모든 학습자를 교과 학력으로 동일하게 평가하려는 발상은 학력 지상주의에 흐른 나머지 학습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학생들을 도태시킬 위험성이 다분하다.
기초학력을 제고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러나 그 방법이 반드시 학력평가를 부활하는 데에 있지는 않다. 초등학교 교육은 이제야 비로소 그 본연의 역할을 모색해 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인생의 낙오자를 양산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학력 평가의 부활은 초등학교 교육을 다시 절름발이로 만들 뿐 아니라 이로 인해 사교육비 부담 또한 가중될 것을 쉽게 예견할 수 있다. 수행 평가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과외를 따로 받는 이 시점에서, 학력 평가가 부활되는 그 날부터 교과 중심 학원들이 문전성시를 이룰 것은 불을 들여다보듯 자명한 일이다.
교육부는 2006학년도부터 초등학교 교육을 대폭 개선하여 교과 수업은 오전으로 마치고 오후 시간은 특기·적성교육 중심으로 운영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초등학교의 학력 평가 제도를 부활하려는 시도는 국가의 교육 방향과도 배치될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파급 여파까지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중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서울시 교육감의 의도가 지금까지 초등학교에서 주력해 온 인성지도와 특기·적성 계발 중심 교육을 수정, 보완하겠다는 의지인지, 인성 교육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교과 학력이 저하된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인지, 이 점부터 명확하게 밝혀야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교육 정책은 정권이 바뀌거나 교육 수장이 교체될 때마다 너무 자주 바뀌어 시행착오를 거듭해 왔다. 제발 교육 문제만은 백년지계답게 좀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접근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