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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 사랑의 인터넷


대학원을 가기 위해 출장을 내고 현관을 나서려는데 가방을 짊어진 채 눈치를 살피는 근태와
중혁이가 눈에 들어왔다. 나를 보자마자 겁에 질린 아이들은 후다닥 교실로 도망가는 것이 아닌가.

화가 나서 교실로 올라가 아이들을 심하게 혼냈다. 그날밤 근태와 중혁이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일어나 컴퓨터를 켰다. 홈페이지를 열어보는 순간 나는 놀라고 감격했다. 녀석들이 자유게시판을 통해 '선생님께 너무너무 죄송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이다. 나도 '내일부터는
선생님 실망시키지 마라, 나도 너희들을 이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아이들과 가끔 컴퓨터를 매개로 대화하게 됐다.

어느 5교시 수업이었다. 내게 신경쓰지도 않고 떠드는 아이, 책상 위에 전 시간 책이 그대로 펼쳐져 있는 아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 교탁을 몇 번 두들기고 나서야 분위기가 어느 정도 정리됐다. 그러나 수업은 중반이 지나도록 여전히 분위기가 잡히지 않았다.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는 것을 느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나는 “모두 책상 위로 올라가!” 소리친 후 아이들의 허벅지를 때리기 시작했다. 홈페이지에선 선생님을 도와 교실 분위기를 잘 이끌겠다던 두 녀석이 제일 앞장서서 떠들고 있으니….

아이들에 대한 배신감과 나 자신의 무능력함에 하루 종일 우울했다. 앞으로 이 녀석들과 무슨 얘기를 해야할지 슬프고도 막막했다. 캄캄한 밤중에 거실에 혼자 앉아 컴퓨터를 켰다.

“선생님, 오늘 하루 힘드셨죠? 저희들이 너무너무 떠들어서 죄송해요. 앞으로는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속 썩이지 않을게요. 그리고 열심히 공부할게요. 이번 한번만 더 믿어주세요. 선생님, 사랑해요. 선생님께서 제일 사랑하는 근태와 중혁 올림.”

나도 모르게 입가에서는 웃음이 번지고 있었다. 녀석들에 대한 미움과 실망이 어느새 사랑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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