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예술고(교장 한계수) 과학연극동아리가 한국과학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제작한 과학연극 '원자야, 놀자!’가 무대에 오른다. 이번 연극을 기획한 박교선 지도교사는 작년에도 대한민국과학축전을 통해 국내 최초로 고교생들이 만든 과학연극 '이중나선’을 선보인 바 있다.
박 교사는 작년 '제1회 올해의 과학교사’에 선정됐고 올해 8월 북경에서 열린 제3회 APEC청소년과학축전 과학전시부분에서 1등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처음에 과학연극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
“7년전 고등학교 교단에 서기 전까지는 계속 대학에 있었다. 이론강의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아이들에게 학습목표를 깨닫게 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답답해서 화를 내기도 했는데 점차 내가 수업준비에 소홀한 것이 아닌가,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고 화살을 내게 돌리게 됐다. 즐겁게 수업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각 단원의 학습목표에 맞는 재미있는 실험을 찾기로 했다. 수업 때마다 실험이 들어간 역할극이나 과학마술 등을 시도했더니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수업에 적용해보니 효과가 있었나.
“학습효과가 뛰어나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평소 수업시간에 과학마술을 많이 사용하는데 가령 '연소’ 단원이 나오면 물체가 연소할 때 빛과 열, 소리가 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펑하고 폭발하는 극적인 효과를 보여주는 식이다. 눈앞에서 실험을 보고나면 아이들은 '그건 왜 그렇게
돼요?’ 하며 계속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들을 가지고 한 시간을 끌어갈 수 있다. 다음 시간에는 뭘 보여줄 거냐며 과학수업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연극을 기획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기존의 과학연극은 대부분이 어린이 대상이었다. 그러다보니 내용도 흥미 위주, 저학년 위주로 흐르기 쉬웠다. 사실 과학연극을 교수-학습 목표에 맞게 제작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교사가 만드는 과학연극인만큼 상업성을 배제하더라도 교과내용에 맞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년 '이중나선’도 안팎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DNA 구조나 복제 등을 다루다 보니 학생들이 어려워한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이들의 언어에 가깝게, 최대한 일상적인 구어체로 풀어쓰고 코믹하고 재미있게 꾸미려 노력했다.”
-준비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역시 시간과의 싸움이다. 수업준비에 연극지도까지 하다 보면 수시로 밤 11시, 12시를 넘긴다. 연극동아리 아이들도 늦은 시간까지 연습하느라 힘들 텐데 예술고 학생답게 잘 따라와주고 있다. 물론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다. 연극을 무대에 올리려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든다. 다행히 올해 5월 과학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넉넉하진 않지만 공연을 하게 됐다.”
-이번에 공연되는 '원자야, 놀자’를 소개한다면.
“2000년 수업 당시 조금씩 선보이던 역할극을 모아서 하나의 연극으로 엮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중·고등학생이 과학시간에 배우는 '물질’ 단원의 화학결합을 연극으로 만들어 본 것이다. 이온나라, 공유나라, 금속나라를 등장시켜 고대부터 현대까지 물질관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원자와 분자는 어떤 구조로 돼있는지, 화합물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재미있게 엮었다. 극본을 쓸 때 국어 담당인 임미숙 선생님께서도 도움을 주셨다.”
-앞으로의 계획은.
“작년에 연극을 끝내고 너무 힘들어서 '이제 그만해야지’ 싶었는데 피곤이 풀리니까 또 시작하게 됐다. 지금도 몇몇 주제들을 머릿속에 구상해둔 단계다. 내년에 다시 연극을 기획한다면 사라져가는 동식물이나 핵폐기물 문제 등 환경 관련 내용을 다루고 싶다. 또 서구 중심 과학사에서 벗어나 우리나라의 훌륭한 과학자들도 조명해보고 싶다. 현재 전북과학교사교육연합회 교사들과 함께 일반인들에게도 과학마술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 활동도 꾸준히 병행할 계획이다.”
연극 '원자야, 놀자!’는 22일 오후 5시, 7시 두 차례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 무대에 오른다. 공연시간은 1시간이며 입장료는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