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문화·탐방

<2020.자유인의 서재 ⑫>공부할 권리

자유인의 권리, 인간의 권리 - 공부

뒤늦게 찾은 공부할 권리

 

 겨울나무들은 무거운 옷을 벗어버리고 시원하게 서서 어두컴컴한 산책 길을 반겨줍니다. 마치 거인들이 서서 맞아주는 듯한 이른 아침 풍경은 늘 나를 압도하곤 하지요. 나무로 태어난 숙명을 완벽하게 해내고 침묵으로 말을 하는 우람한 나무들이 지난 시간 여러 갈래로 뻗은 가지들을 자랑하며 묻습니다.

 

 교사라는 옷을 벗고 자연인으로 살아가는 일상 앞에 내가 드러낸 가지들이 너무 초라하지는 않은지 엄숙하게 묻고 있으니! 아침마다 숙제를 하듯 그 질문에 답할 공부를 하는 중입니다.

 

 이제 자유인으로 살며 설레는 마음으로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바로 '공부'임을 깨닫게 해준 책입니다. 저에게 '공부'는 살아남기 위해 무조건 해야 했던 숙제였습니다. 

 

왜 해야 하는지 물을 여유도 없이, 무조건 달려야했던 길이었습니다. 그러니 공부하는 재미는 사치스러운 언어였습니다. 오직 그 길 밖에는 보이지 않았던 외길이었습니다. 일하기 위해, 돈을 벌어서 부모님을 부양하기 위해 운명처럼 받아든 그 길이 어느 새 41년 저 뒤로 긴 그림자를 새겨 놓았습니다.

 

이젠 아무도 나를 일터로 내몰지 않을 지점에서 진정한 공부를 시작할 생각으로 2020년을 시작하며 '공부할 권리'를 찾아 나설 수 있게 되어 행복합니다. 더 이상 선생의 길을 걷기 위해 공부를 의무로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가볍습니다.

 

그래서인지 공부는 의무가 아닌 권리가 되는 순간,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작가 정여울의 첫 문장이 가슴에 꽂혀 읽게 된 책입니다. 납부금이 없어 중학교를 갈 수 없었던 그 서글픈 유년의 아픔을 꼭꼭 밟으며 새롭게 시작할 나의 공부 인생에 희망찬 지평을 열어준 작가에게 고마움도 전합니다.

 

작가 정여울은 이 책에서 그가 애독한 책을 매개로 자신의 문학적 취향을 꾸밈 없이 드러냅니다. 그가 읽은 책들을 찾아 읽으며 함께 공부의 길을 걸을 생각만으로도 기쁩니다. 책 속의 책들을 만나는 일은 새 친구를 만나는 것만큼이나 설레는 일입니다.

 

그가 신문에 연재하는 서평들을 꼭 읽어보는 편이라서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친숙한 이름입니다. 공부란 "과거와 현재의 문제를 깨닫고 미래의 삶을 설계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공부에 대한 개념도 명쾌해서 좋습니다. 지금 나는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공부를 준비하고 있으니.

 

책 속에서 만나는 생각의 동지들

 

15세기 화학자이자 의학자인 파라켈수스는

"인간은 자기가 상상한 모습대로 되고, 인간은 자기가 상상한 바로 그 사람이다."

 

라고 말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중학교에 갈 형편도 안 되는데 책을 붙들고 사는 나에게 계모님은 교과서를 내동댕이치며 소리치곤 하셨지만 내 가슴 속에는 늘 공부하는 내 모습을 그렸고 그대로 이루어졌으니 파라켈수스의 말은 진리에 가깝습니다. 아니, 진리입니다. 시대를 뛰어넘어생각이 같은 동지를 만나는 건 참으로 즐거운 일입니다.

 

그러니 이제 다시 상상을 시작하렵니다. 세상의 책들을 최대한 많이 읽고 소화시킨 양념으로 내 생각을 버무려 김장 김치처럼 사랑 받는 글김치를 담고 싶습니다. 그것이 죽는 날까지 내가 하고 싶은 '공부할 권리'입니다. 책을 읽을 수 있고, 내 생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꿈을 꾸는 바로 지금이 최상의 순간입니다. 어쩌면 코로나19 때문에 두문불출하며 책과 더 친해졌으니, 어떤 상황에 처하든 어두움보다 빛을 찾으며 살고 싶은 오랜 습관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분명히 서평임에도 작가 정여울이 직접 쓴 책처럼 읽혀지는, 그의 손끝에서 잘 버무려진 김장 김치처럼 맛깔나는 표현들로 글맛을 돋게 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한 권의 책이, 한 문장이 주는 깊은 위로와 감동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꼭 그렇게 살기를 갈망하고 상상하는 중입니다.

 

카를 융뿐만 아니라 정신분석학자이자 발달심리학자인 에릭 에릭슨은,

"중년이 되면 또 다른 생산성이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자기 삶을 더 부유하게 만드는 게 아니고 자기가 여태껏 쌓아온 축적된 지적 경험, 경험으로부터 쌓은 지혜, 보유한 물적 토대 이런 것들을 다음 세대에 어떻게 전수할 것인가? 그 행위를 하지 않으면 중년의 삶은 아주 중요한 과제를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 자유인으로 사는 남은 인생은 배우고 익히고 공부한 열매를 어떻게 나누어야 생산성을 높이는 겨울나무가 될 것인지 생각하며 살고 싶습니다.

 

작가 정여울이 소개한』 책 속의 일자천금 같은 문장을 소개하며 글을 닫습니다.

코로나19로 어두운 세상이지만 마음의 등불을 켜시고 오늘도 건강하시길!

"나는 누구에게 강요받으려고 태어나지 않았다.

나는 내 방식대로 살아가리라.

누가 가장 강한지는 두고 볼 일이다.

참다운 인간은 집단이 강요하는 대로 살지 않는다."

을 소개하며 이 글을 닫습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시민 불복종』에서

 

"현대인은 어디서나 감옥에 갇힌 수인이다.  시간을 뺏는 자동차에 갇히고,

학생을 바보로 만드는 학교에 잡혀 있고, 병을 만드는 병원에 수용되어 있다.

사람은 기업과 전문가가 만든 상품에 어느 정도를 넘어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자기 안에 있던 잠재력이 파괴된다."

          -이반 일리치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에서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