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6일 정부가 2008학년도 이후의 대학입학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한 후 고교 등급제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이 같은 논란이 사실상 이 번 입시제도 개선안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는데 있다.
이 번 입시제도 개선안은 내신의 평가방식을 변경하여 입시에서 학교생활기록부 반영비중을 확대함으로써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이에 따라 학교생활기록부의 과목별 석차등급제와 수능 등급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교 등급제’ 논란이 불거진 것은 대학의 학생 선발에 대한 변별력이 떨어져 사실상 학교별 학력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현실적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부터이다. 물론 현실이 학교간 학력 격차가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고 보면 대학들의 문제제기도 설득력이 있다. 그렇다고 대학이 변별력을 내세워 고교 등급제를 시행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현재도 ‘고교 등급제’ 같은 형태의 선발방법을 엄격히 규제하는 것은 교육적 부작용이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고교 등급제를 시행할 경우, 학생들은 자신들의 능력이나 학업수준과는 관련도 없이 대입에서 불이익한 차별을 받을 뿐만 아니라 지역별 차별도 불러올 것 또한 자명한 일이다.
특히 현재의 평준화 틀 속에서 학교선택권조차 없는 것을 감안하면 고교 등급제는 시행할 수도 시행해서도 안될 제도이다. 고교 등급제 논의에 앞서 고교평준화에 대한 논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순리이다.
따라서 대학들은 학생선발의 자율권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학교별, 모집단위별로 전형요소를 특성화, 다양화하려는 책임 있는 노력이 있어야 하며, 그 동안의 등급제 시행 의혹에 대해서도 명확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교육부도 이 같은 상황에서 뒷짐만 지고 있을 일이 아니라 의혹이 있는 대학에 대해서는 충분한 해명이 될 수 있도록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 번 입시제도 개선안이 대학들이 제기하는 것처럼 학생선발의 변별력의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므로 학교별 학력 차이를 반영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 번 입시제도 개선안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며 자신들이 내세우는 방안만을 관철하겠다는 식으로 본질에서 벗어나 ‘고교 등급제’를 쟁점화 하는 일부의 태도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대학의 서열구조 타파 등을 주장하며 지나친 평등주의에 집착한다 해서 우리 교육의 질적 발전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