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학습은 한정적이고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선생님이 말과 행동으로 내용을 전달하고 학생과 상호작용하는 오프라인과는 큰 차이가 있지요. 공감대 형성이 중요합니다. 원격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기기 오류, 네트워크 오류 등이 발생할 거예요. 학생, 학부모가 현재 상황을 이해하도록 진정성 있게 다가가야 합니다.”
이은상 서울 창덕여중 교사는 ‘신뢰’를 강조했다.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 온라인학습의 효과는 학업 성취보다 학교, 교사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기술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학습자의 수업 참여를 이끌고 학습 행위에 대한 피드백을 제시해 상호작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창덕여중은 미래 사회에 걸맞은 역량을 길러줄 수 있는 교육과정을 연구, 실천하는 서울미래학교 연구 학교다. 이 교사는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과 6년째 미래학교의 교육과정을 실현할 학교문화와 학습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특히 1인 1디바이스, 무선인터넷망 구축 등 정보화 환경 조성과 공간 혁신을 꾀해 주목받았다.
그는 “미래학교는 이미 학교 내 온라인학습 환경과 활용 역량 등을 확보해 다른 학교에 비해 여건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면서도 “미래학교 등 일부 특별한 사례가 일반화할 수 있는 것으로 포장돼선 안 된다”고 경계한다.
미래학교에서의 온라인학습은 공교육의 대안과 도입 가능성을 찾는 데 의의를 둔다. 학습자 중심 학습을 위해 온라인을 활용한 것이다. 단순히 강의의 대체를 의미하지 않는다. 온라인 매체나 플랫폼을 다양한 활동을 위한 도구, 활동 결과를 피드백하는 채널로 활용한다. 창덕여중의 사례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다. 정보화 환경이 안정화되고, 이를 활용하는 교사의 수가 활용하지 않는 교사의 수를 넘어선 건 3년이 지난 후였다.
이 교사는 “6년째에 접어들면서 온라인학습의 장·단점과 활용법, 문제 발생 시 대응방법 등 노하우가 생겼지만, 등교하지 않은 상태에서 온라인수업을 해야 하는 건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처음”이라고 했다.
“선생님들께 ‘신속하게 대응하자’ ‘간단하게 접근하자’고 제안했어요. 학습 공백이 발생하는 상황에선 특별함보단 모든 학생이 온라인학습에 참여할 수 있는 일반적인 교육을 제공해야 하니까요. 기존에 구축된 플랫폼을 최대한 활용하되 교과 특성과 학습 목표에 맞게 교사가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방향으로 제안했습니다.”
이 교사는 ▲온라인학습의 목표 정하기 ▲학생·학부모와의 공감대 형성하기 ▲공통 플랫폼(학교 차원)과 자율 플랫폼(교사 개인별)의 조화 ▲학생들의 학습 상황 파악하기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교 차원의 큰 목표를 정한 후 교사가 학습 목적을 자율적으로 정하고 원격수업의 내용과 방법을 정하는 것이다. 그는 “교사의 수준과 상황에 맞는 원격수업의 목표를 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개학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건 교사뿐 아니라 학생, 학부모도 다르지 않다는 걸 강조했다. 교사가 정한 원격수업의 목표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충분히 안내하고, 원격수업에 어려움이 없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기기 보유 상황과 사용법 숙지 여부, 원격학습 환경 등을 파악하면서 교사의 진정성을 전하고 신뢰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이 교사는 “학습 공간은 달라졌지만, 여전히 교사들은 온라인 안에서 최선을 다해 교육하고 있다”고 했다.
“미래학교에서 교사의 역할은 지식전달자(Teacher)에서 안내자(Guide), 학습 촉진자(Facilitator)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학습 환경에서는 이 역할이 더욱 명확해지죠. 다양한 수업 자료를 어떻게 엮어 안내할 것인지, 수업 자료를 제작한다면 어떤 스토리로 풀어낼지가 관건이 됐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흡한 원격수업 관련 법 제도를 정비하는 한편, 미래교육과 미래학교에 대한 실질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디지털 학습 환경을 설계하는 전문가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새로운 디지털 기기가 들어와도 이를 활용하고 교육적으로 연계해 학교에 통합하는 것은 전문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 교사는 “전문가 양성을 통해 다양한 학교 수업을 촉진하는 데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코로나 19 대응 이후의 미래교육을 추진해나가야 할 때”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