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 저 아시겠어요? Y인데요. 몇 년 전에 학교 중퇴했던."
“아, 그래. 알고말고. 어떻게 지내고 있니? 대학시험은 잘 쳤고?”
“예, 만나 뵙고 말씀드리려고요.”
나는 약속한 시간에 장소에 갔지만 30분이 지나도 Y는 나타나지 않는다. 제자 녀석이 시간을 지키지 않다니 속으로 무척 괘씸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헐레벌떡 가게 문이 열린다.
“선생님, 큰 절 받으세요.”
“야야, 이런 곳에서 뭐하는 거니.”
“다른 사람이 보면 어때요. 제가 선생님께 큰절 드리는데요. 선생님, 더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좋은 일이 있나 보구나.”
“예. 제가 이런 말씀 드리면 쑥스럽습니다만 선생님은 보석을 알아보는 보석 감정사입니다.”
보석 감정사라니 이게 무슨 소린가.
“아침 일찍 등교해 늦게까지 자율학습을 하는 생활, 또 이런 저런 시험 부담 때문에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따돌림을 당하게 됐고 결국 중퇴를 했죠. 일주일쯤 후 선생님이 저를 불러내 유부초밥을 사주시며 격려해주셨습니다. 취미생활도 하고 인생을 자율적으로
개척해가라고요. 그때 마음속으로 울었습니다. 절대 선생님을 실망시켜 드려서는 안되겠다고 다짐을 했답니다. 선생님과 헤어지고 곧바로 독서실을 찾아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이번에 서울대에도 합격했어요. 할어버지가 쓰러지셔서 병간호를 하다가 얼마전 쾌유하셔서 이제야 선생님을 찾아뵙게 됐습니다.”
자랑스런 제자를 얻은 것 같아 가슴이 뿌듯했다. Y는 헤어지면서 “선생님, 제가 교복을 얼마 못 입었어서 새것이나 다름없어요. 깨끗하게 세탁해두었습니다. 몸에 맞다면 어려운 학생에게 이 교복을 주세요”하며 봉투를 건넨다.
시내에서 다시 집에 들러 교복을 가져오느라 약속시간에 늦었던 것이다. 얼마나 가슴이 찡해오던지…. 이런 마음씀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내 제자는 분명 훌륭하게 성장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