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랍 즉 그리스의 고전 읽기는 늘 어렵습니다. 오랜 세월을 거쳐 우리에게 닿은 그 책의 내용을 파악한다는 것은 숨은그림찾기처럼 생각을 계속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알기 쉽게 설명된 안내서 한 권을 동반한다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희랍 고전 전문가인 강대진 교수의 책을 제 희랍고전 읽기의 동반자로 선택하여 읽었습니다. 청소년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쓴 책이기에 이해가 더 쉬웠습니다.^^
『오뒷세이아』는 문학 장르상 서사시에 속합니다. 운율이 있는 언어를 이해하는 것도 어려운데, 번역본은 더 쉽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
아래의 문장을 보십시오. 잿더미 속에 불씨를 감추고 있는 모습으로 비유된 오뒷세우스는 어떤 의미인지 알기어려웠습니다. 이런 부분을 저자는 알기 쉽게 설명을 해주고 있습니다.
마치 어떤 사람이 근처에 이웃이라고는 없는 가장 멀리 떨어진
시골에서, 검은 잿더미 밑에도 타고 있는 나무들을 감추고 있어
불씨를 보전하게 되고 다른 데서는 불을 가져올 필요가 없을 때와 같이,
꼭 그처럼 오뒷세우스는 자기 몸을 덮었다.
5권 488~491행
오뒷세우스가 바다에서 빠져나와 나뭇잎을 덮고 잠드는 장면이다. 여기서 오뒷세우스는 재 속에 묻힌 불씨에 비유되고 있다. 죽은 재생의 이미지가 복합된 이 구절은 아마 서양문학사상 가장 아름답고 의미심장한 직유일 것이다. 다른 예를 더 보자 오뒷세우스가 알키노우스 왕의 궁전에서 트로이아 목마에 대한 가객의 노래를 듣고 난 직후의 모습이다.
그때 오뒷세우스는
마음이 녹아내렸고, 눈물이 눈까풀 밑 두 눈을 적셨다.
마치 어떤 여인이 사랑하는 남편을 얼싸안고 울 듯이,
도시와 자식들에게서 저 무자비한 날을
물리치다가 자신의 도시와 백성들 앞에서 쓰러진 남편을,(....)
꼭 그처럼 애절하게 오뒷세우스의 눈썹 밑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8권 521~531행
이것은 『오뒷세이아』에서 자주 등장하는 ‘뒤집힌 비유’ 중 하나이다. 여기서 트로이아를 함락하고 그곳을 지키던 전사를 죽인 오뒷세우스는 자신이 희생자의 아내인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러한 비유가 많이 나오는 것은 오뒷세우스가 죽음과 재생 그리고 젊은이의 성장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의 지위가 일시적으로 뒤집어지는 듯 하다.
청청한 오월의 숲이 싱그럽게 다가서는 계절입니다. 한 무더기의 책을 주문해 쌓아두고는 오히려 예전에 읽었던 강대진 교수의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안내를 바탕으로 푸른 나무 아래에서 『오뒷세이아』를 천천히 읽어 보고 싶습니다. 오뒷세우스의 험난한 여정을 따라가며 그의 영리함과 어쩔 수 없는 인간적인 실수를 함께 읽으며 제 어리석음도 함께 성장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여전히 아름다운 봄의 끝자락입니다. 건강하게 계절을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세계와 인간을 탐구한 서사시 오뒷세이아』, 강대진 지음, 호메로스 원저, 아이세움,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