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문화·탐방

코로나19가 불러낸 '컨테이젼'

주춤하던 코로나19가 서울 이태원 클럽발 집단 감염으로 재확산하자 다시 불안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긴급재난지원금 등 사상 처음인 일들을 겪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듯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바꿔 놓은 괴물이다. 보이지 않는 적인데다가 백신이나 치료제가 아직 없어 방역 수칙을 지키며 조심, 또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것은 극장가도 마찬가지다. 신작들의 줄줄이 개봉 연기는 물론 오래 전 개봉되었던 재난영화를 소환해내고 있다. 일례로 ‘컨테이젼’은 영화진흥위원회 주문형비디오(VOD) 주간 박스오피스 최신 집계(2월 17~23일)에서 이용건수 4만 2,034건으로 4위에 올랐다. ‘감기’도 같은 집계에서 17위를 차지했다.

 

2013년 8월 14일 개봉한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을 소재로 한 재난영화다. ‘감기’의 최종 관객은 311만 7859명인데, 이 영화를 볼 때만 해도 바이러스 감염이 그렇게 무서운 질병인 줄 몰랐다. 그저 여름철 더위를 싹 가시게 하는 상업적 오락영화의 하나로 즐기는 정도였다고 할까. 다만, 닭ㆍ오리ㆍ돼지처럼 사람도 ‘살처분’될 수 있음에 오싹했던 기억이 살아나긴 한다.

 

‘컨테이젼’(감독 스티븐 소더버그)은 2011년 9월 22일 개봉한 영화다. 극장 관객 수는 22만 8,899명이다. ‘감기’보다 2년 앞서 개봉했는데, 거의 관심을 받지 못한 재난영화임을 알 수 있다. 2009년 신종플루 난리를 한바탕 겪었는데도 대중일반이 바이러스 감염병에 따른 공포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긴커녕 거의 의식하지 않은 ‘컨테이젼’ 관객 수라 할까.

 

단, ‘컨테이젼’은 6,000만 달러 제작비로 그 두 배 이상인 1억 3545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컨테이젼’을 SBS가 정규 프로인 ‘더 킹: 영원의 군주’를 결방한 채 지난 29일 밤 특선영화로 방송했다. SBS측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한순간에 일상이 급변하고 불안과 공포가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 영화를 통해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인류의 모습을 조명하고 경각심을 환기하고자 마련했다”고 밝혔다.

 

배우와 제작 관계자들조차도 보도를 통해 결방 사실을 알게 되는 등 “시청률에 목멘 SBS의 ‘꼼수’가 아니냐”는 구설에 오른 ‘더 킹: 영원의 군주’ 결방이지만, ‘컨테이젼’이 나름 의미 있는 특선영화이긴 하다. 물론 ‘더 킹: 영원의 군주’를 본방사수하던 시청자 입장에서다. 어떤 제약이나 조건 없이 뉴스 보듯 볼 수 있는 지상파 방송 최초의 ‘컨테이젼’이라서다.

 

그러나 ‘컨테이젼’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4.4%(2부)로 나타났다. ‘더 킹: 영원의 군주’보다 낮은 시청률이다. 난데 없는 ‘더 킹: 영원의 군주’ 결방으로 구설에 오르기까지 하며 내보낸 특선영화치곤 실망스러운 결과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전국 기준보다 높은 수도권 시청률 5.2%다. 원래 다른 프로들도 수도권 시청률이 더 높게 나오긴 하지만, 그곳이 코로나19 재확산 지역인 점을 감안하면 그럴 듯해 보이는 조사 결과다.

 

‘컨테이젼’은 홍콩 출장을 다녀온 베스(기네스 팰트로)가 아들과 함께 연달아 죽는 걸 토마스(맷 데이먼)가 겪는 등 코로나19보다 더 심각한 바이러스 감염에 노출된 세계 각지의 상황을 보여준다. 미국은 물론 중국ㆍ영국ㆍ일본ㆍ홍콩의 도시들에서 사람들은 그야말로 어찌해볼 수조차 없이 죽어 나간다. 최일선에 선 질병관리센터는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주의를 줄 뿐이다.

 

그 주의는 지금의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방역 당국의 소리와 같다. 예컨대 사람과 접촉하거나 말하지도 말라는 식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는 와중에 본 ‘컨테이젼’이라 그런지 영화의 장점이 두드러진다. 박쥐와 돼지가 옮긴 과정의 시물레이션 등 뉴스를 통해 단편적이거나 피상적으로 알 뿐인 바이러스 감염병에 대한 것들을 비교적 세세하게 보여준다는 점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선량한 시민들의 마트 점거, 차량 약탈이라든가 치료제와 맞바꾸기 위한 오랑테스 박사 납치 등도 오싹한 느낌을 준다. 극한상황과 맞닥뜨린 인간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모습으로 다가와서다. 신종플루에 대한 과잉 대응이라든가 누군 죽어 나가고 누구는 떼돈을 버는 상황 묘사도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코로나19와 다른 것은 치료제가 만들어져 안정을 찾는 점이다. 또 전 세계적으로 감염자가 8백만 명에 이르는 감염병인데, 대통령은 지하벙커로 피신하는(실제 그런 장면은 없다.) 등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미온적이거나 무능한 정부 대응도 코로나19와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오랑테스(마리옹 꼬띠아르)ㆍ치버(로렌스 피시번)ㆍ미어스(케이트 윈슬렛) 박사 등 의료진들을 중심으로 한 전개도 그렇다.

 

‘컨테이젼’은 비교적 스피디한 전개로 바이러스 감염병에 대한 경고 내지 환기를 하고 있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가령 베스의 사체 해부중 뇌속을 들여다 본 의사가 조수에게 다들 들어오라고 했는데, 후속 장면이 이어지지 않는 등 다소 성긴 구성을 들 수 있다. 결말에서 감염 경로가 밝혀지는 경로도 너무 매칼없이 이루어져 싱거운 느낌마저 안겨준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