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들어왔죠? 이제 시작해볼까요?”
지난 8일 오전 9시 30분, 신민철 대구진월초 교사는 학생들이 모두 화상 회의 프로그램에 접속했는지 확인하고 멘티미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질문을 던졌다. 멘티미터는 대화식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모으는 데 활용된다. 신 교사는 ‘사이버 폭력 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물었고, 학생들은 기다렸다는 듯 악용, 범죄, SNS, 연예인 등을 입력했다. ‘사이버 언어폭력 하면 떠오르는 단어’로는 왕따, 익명, 욕 등을 떠올렸다. 사이버 언어폭력을 경험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8명이 ‘있다’고 대답했다.
학생 언어문화개선 교육주간을 앞두고 신 교사는 특별수업을 진행했다. 한국교총이 기획한 이번 특별수업은 2020 학생 언어문화 개선사업의 하나로 마련됐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언어 파괴와 사이버 언어폭력 등을 예방하는 데 목적이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화상 수업으로 이뤄졌다.
이날 수업은 ‘사이버상의 언어폭력’을 주제로 진행됐다. 학생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이버 언어폭력 실태를 살피고, 사이버 언어폭력 예방법을 함께 고민했다. 사이버 학교폭력이 미치는 영향을 실험한 방송 프로그램도 시청했다. 학생들은 신 교사가 개설한 소회의실로 이동해 조별 활동을 시작했다. ‘사이버 언어폭력을 해결할 수 있는 우리들의 아이디어’를 주제로 각자 생각을 나눴다.
10일 오후 3시에는 강용철 서울 경희여중 교사가 ‘차별과 혐오의 언어’를 주제로 온라인 화상 수업을 이어갔다. 경희여중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 참여 신청을 받았고, 20여 명이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혔다. 강 교사는 “경험담을 통해 우리의 언어를 성찰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저는 키가 작아서 놀림 받는 경우가 많았어요. 신체에 대한 차별 언어를 경험한 거예요. EBS 방송 강의를 듣고서 ‘선생님, 못생겼어요’라는 게시글이 올라와요. 그러면 저는 댓글을 달아줍니다. ‘반사’라고.”
학생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여자가 왜 이렇게 목소리가 크니’ ‘여자가 공손하게 앉아있어야지, 왜 뛰어다니느냐?’ ‘어린데, 뭘 알아’ 등 일상생활에서 겪은 이야기도 하나, 둘 털어놓았다. 강 교사는 “신체 차별, 외모 비하, 가정환경 공격, 성격이나 인성을 낮춤, 능력을 비웃음, 대인관계 공격 등 살면서 차별적인 발언을 듣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공감하면서 “이런 말을 들으면 우울감과 좌절감,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하고, 일상화돼 보편화 된다는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강 교사는 특별 게스트도 초청했다. 김미경 케임브리지대 교육학 박사는 영국 현지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에 참여해 경향성(bias)이 미치는 영향과 영국 대학가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 박사는 “경향을 뜻하는 ‘bias’는 나쁜 의미로도, 좋은 의미로도 쓰인다”면서 “자신의 경향성이 편견으로 이어지고 고정관념에서 차별, 혐오로 옮겨가지 않도록 스스로 신경을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영국 대학가에서는 학년이 시작할 때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단어 사용 금지 캠페인을 진행한다”면서 “매년 그에 해당하는 단어를 알리고 쓰지 않게 함께 약속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생들이 제안한 해결법은 다양했다. 특히 SNS를 활용한 아이디어가 많았다. 혐오 표현인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공익광고로 알리기, 혐오 표현의 뜻을 SNS에 게재하기, 혐오 표현 거르는 기능을 SNS에 탑재하기 등을 내놨다. 강 교사는 “지금 당장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라며 “이제부터 우리 학생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칭찬했다.
한편, 이번 특별수업은 영상으로 제작해 한국교총 유튜브 채널 ‘샘 TV’에 업로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