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특정노조 출신 교사가 무자격교장 공모제(내부형B)를 거의 독차지하고 있다. 학교를 위해 헌신한 교사보다 특정단체 소속 출신을 위한 ‘승진 하이패스’로 활용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도입 13년이 지난 현재도 ‘폐지’ 또는 ‘대폭 축소’ 여론이 교육현장에서 지속되고 있다. 이 제도를 개선해야 교육이 산다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올해도 전국적으로 특정노조 출신 무자격교장이 대거 나왔다. 올해 시·도별 무자격교장의 특정노조 출신 현황과 임용 과정을 살펴보고, 이들의 임용이 어떤 문제점을 낳고 있는지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승진보다 무자격교장 공모에서 유독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특정노조 출신의 득세가 올해도 이어졌다. 올해 3월 1일자에 이어 9월 1일자 인사에서도 특정노조 관련 인사의 무자격교장은 70% 정도를 차지했다.
한국교총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2020학년도 시도별 교장공모제 지정학교 및 임용교장 소속 현황’에 따르면 올해 임용된 무자격공모교장(내부형B) 전체 65명 중 44명이 전교조 출신 간부 혹은 진보교육감 측근이었다. 이는 전체 가운데 67.7%에 달한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의 전교조 출신 무자격교장 평균인 55.6% 보다 높다.
무자격교장 공모는 15년 이상의 교육경력만 있으면 교장자격증 없이 교장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2007년 도입 이후 교장으로서 학교운영에 필요한 객관적인 능력들을 배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속적인 연구와 연수, 다양한 보직경험 등을 하지 않고도 교장 자리에 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는 특정노조 출신 교사를 위한 승진제도, 혹은 진보교육감의 코드·보은인사제도로 전락했다는 사실이 국정감사 등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올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소위 진보교육감으로 분류되는 14곳 시·도에서는 거의 매 학기 전교조 출신, 혹은 교육감 선거공신이 무자격교장으로 임용되고 있다. 중도·보수 교육감 지역인 대구·대전·경북에서 무자격교장이 거의 나오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올해 이 세 지역 가운데 경북에서 1명만 나왔을 뿐이다. 그나마 특정노조와 무관한 교감의 임용이었다.
9월 1일자 인사에서 무자격교장 공모제 시행 9개 시·도 가운데 부산·세종·충남·전북·전남 등 5곳에서 특정노조 출신이거나 교육감 측근 인사가 100% 비율을 차지했다. 3월 1일자 때는 10개 시·도 가운데 인천·광주·강원·전북 등 4곳에서 전교조 연관 무자격교장이 100% 비율을 차지했다.
올해 특정노조 출신 무자격교장은 전남에서 8명으로 가장 많이 나왔고, 인천과 경기에서 7명으로 그 다음을 이었다. 부산은 5명, 경남은 4명, 서울과 전북은 3명씩, 울산과 충남이 2명씩이었다. 광주와 세종, 강원에서는 각각 1명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상황은 현장교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꼽힌다. 교육적 노력보다 정치적 노선에 따라 승진이 보장되는 선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교육부와 진보교육감들은 무자격교장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김병욱 의원은 “무자격교장 공모제가 코드·보은인사의 통로로 악용된다면 공정한 인사제도의 근간이 무너지고 교육현장은 더욱 황폐해 될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교장의 자격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시대에 역행하는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