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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강마을에서 책읽기- 사피엔스

유원인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새해가 밝았습니다. 오늘은 학교에서 교육과정에 대한 워크숍을 하였습니다. 내년도 교육과정을 세우기 위해 부서별로 회의를 하였고 내일 모든 교사가 모여서 각자의 생각을 발표한다고 합니다. 새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데 저는 자꾸만 뒤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젊은 선생님의 빠른 손놀림과 명석한 두뇌를 따라가지 못하고 눈도 침침해지고 순발력도 느려져서 자꾸 눈치를 봅니다. 고민이 깊어집니다.

 

이렇게 저처럼 고민하는 인간, 호모 사피엔스는 언제 이 지구상에 등장하였을까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는 인간의 역사와 미래에 대해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문명의 배를 타고 진화의 바다를 항해한 인류는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를 이야기합니다. 약 38억 년 전 지구라는 행성에 모종의 분자들이 결합해 특별히 크고 복잡한 구조를 만든 것, 그것이 생물의 탄생입니다. 약 7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 종에 속하는 생명체가 좀 더 정교한 구조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문화의 출현이며 인류문화가 발전해온 과정을 우리는 역사라고 부릅니다.

 

저자는 생물학과 역사학을 결합한 큰 시각으로 우리 종, 호모 사피엔스의 행태를 개관합니다. 약 3만 년 전까지만 해도 지구상에는 여섯 종의 호모(사람) 종이 있었으며 오늘날에는 우리 종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사피엔스가 가는 곳마다 대형 동물들이 멸종했음을 지적하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우리는 생물학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종이다. 생태학적 연쇄살인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이미 멸망시킨 종이 얼마나 많은지 안다면 아직 살아 있는 종을 보호할 동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을 지배하게 된 것은 다수가 유연하게 협동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기 때문으로 이것은 상상 속에 존재하는 것을 믿을 수 있는 독특한 능력 때문이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허구, 즉 지어낸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종의 역사를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의 세 가지 혁명을 중심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과학혁명의 후속편인 생명공학 혁명이 다다르는 것이 ‘길가메시 프로젝트’라는 주장입니다.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프로젝트가 언젠가 성공하리라는 것을 저자는 의심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사이보그화 되어버린 영생이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은 새로운 힘을 얻는 데는 극단적으로 유능하지만 이 같은 힘을 더 큰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는 매우 미숙하다. 우리가 전보다 훨씬 더 큰 힘을 지녔는데도 더 행복해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행복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합니다.

 

힘든 하루를 마치고 집에 가니 어제 감기 기운이 있었던 저를 위해 삼겹살과 곰국을 준비해 두고 저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배추쌈에 삼겹살을 얹어 행복하게 저녁을 먹었습니다. 자기편이 있다는 것이 저를 힘나게 합니다. 우울한 얼굴빛만 보여도 걱정을 하는 아군이 있다는 것은 사피엔스가 가지는 엄청난 힘입니다. 날씨는 여전히 춥습니다. 건강한 새해 되시기 바랍니다.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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