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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학교’가 ‘으뜸학교’로 … 상계제일중 ‘열손가락’의 기적

 

결국은 선생님이다. 교육을 살리는 원동력은 교사들의 역량에 달려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은 그래서 오래도록 설득력을 갖는다. 코로나19로 대한민국 교육이 꽁꽁 얼어붙었지만, 언 땅을 뚫고 꽃을 피우는 복수초처럼 교육을 살린 학교가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서울상계제일중학교. 모두가 학력저하를 걱정하고 교육격차를 우려하고 있지만, 이 학교만은 예외다.

 

한때 그 학교에 가면 절반은 포기해야 한다는 일명 ‘반포학교’로 이름나 학생들이 배정을 꺼렸다. 교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교육청이 전보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180도 달라졌다. 학생들이 몰려온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지만, 올해도 전입생이 늘었다. 교사들도 서로 오고 싶은 학교다. 이제는 전보 경쟁이 치열해져 교육당국이 선호학교 지정을 고민할 정도다.

 

이뿐 아니다. 방역에도 성공을 거둬 아직껏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았다. 이중 삼중의 체열검사 등 학교 내 방역시스템은 최상급 수준이다. 안심하고 자녀를 맡겨도 되는 학교, 겉보다 내실이 더 탄탄한 학교, 위기를 기회로 바꾼 학교 상계제일중이다.

 

교원학습공동체만 11개 ... 교사들 열정이 원동력

변화와 혁신의 중심엔 교사들의 치열한 열정이 담긴 교원학습공동체가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자 교원학습공동체들은 즉각 비대면 수업도구와 수업방법에 대한 협의에 들어갔다. 그리고 여기서 모아진 수업 아이디어와 축적된 자료는 전교사를 대상으로 한 멘토링 연수로 이어졌다. 교사들은 비대면수업에 맞춘 수업도구 사용법을 익히고, 모의수업을 진행하며 실제 수업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을 점검했다.

 

‘책마중’ 교원학습공동체는 구성원끼리 실시간 화상수업을 열어 본인이 습득한 다양한 자료들을 나누며 마이크로티칭을 이어갔다. 이 같은 수업나눔은 온라인클래스에서도 이뤄졌다. 교사들은 수업나눔방을 통해 타교과수업을 참관하고 서로 궁금한 것을 나누면서 수업에 필요한 것을 배웠다. 학교 측의 지원도 남달랐다. 멀티미디어실을 설치, 교사들에게 도움을 줬다. 1인 미디어실과 다인 미디어실을 활용한 수업제작 및 실시간 수업 진행, 블루스크린을 활용한 동아리활동까지 가능했다.

 

그리고 늦은 개학. 상계제일중은 어느 학교보다 먼저 비대면수업에 안착했고 학생들은 안정된 학습분위기 속에서 예전처럼 수업에 전념할 수 있었다. 교원학습공동체들은 또 교과활동에만 치우치지 않았다. 이 학교 교원학습공동체인 ‘진로탄력성연구회’와 ‘ASWELL’은 교과수업에 진로탄력성 요소를 포함시켜 진로선택에 좌절을 느낀 아이들에게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심어 주는 데 주력했다. 교사들의 자발적인 교원학습공동체 활동은 올해도 이어진다. 상계제일중은 올해 다양한 개성을 가진 공동체 11개를 운영, 학생들의 수업과 생활지도를 위한 나눔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열손가락 교육활동

상계제일중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손꼽히는 게 ‘열손가락 교육활동’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소위 취약계층 학생들을 위한 10가지 프로그램을 통칭하는 말이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처럼 한 아이라도 소외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학교 측의 다짐 가득한 교육활동이다. 대표적인 게 과학영재학급 운영.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학생들의 사고력·창의력·문제해결력·자기주도학습능력을 키워준다.

 

매주 수요일마다 진행되는 영재수업은 밴드를 통해 사진과 영상형태로 공개돼 항시 가정과 학교가 소통하는 공간이 됐다. 또 등교수업이 어려웠던 순간에도 줌을 통한 3D 프린팅 프로그램 수업과 메이커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됐다.

 

열손가락 교육활동 중엔 ‘환상의 짝궁’이라는 프로그램도 있다. 코로나19로 벌어진 학습격차 해소를 위해 교육복지 집중지원학생과 대학생을 1대1로 매칭하는 멘토링 사업이 그것. 매주 1~2회 실시한 멘토링 학습지원은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며 학생들의 기본학력 증진에 힘썼다. 반년 조금 넘는 활동기간이지만, 학생들의 성적은 향상됐고 만족도 역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학력은 물론 정서적 안정까지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었다고 입을 모은다.

 

 

멘토링 활동이 짧은 시간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데에는 기초학력 부진과 교육격차 해소에 섬세하게 접근한 학교측의 노력이 큰 뒷받침이 됐다. 학력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이 가정환경. 어떤 여건에 놓여 있느냐가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교육복지 취약학생들의 건강 상태를 비롯 보호자의 안전까지 학교에서 세심하게 챙겼다. 교육복지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상황에서 학생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학습은 어떠한지, 건강은 괜찮은지 정기적으로 전화통화를 하며 확인하고 관리했다. 이와 더불어 모든 교육취약학생과 보호자의 안전·돌봄·건강상태·온라인학습상황을 파악, 맞춤형 지원이 이뤄졌다. 실제 학교 측은 지난해 3~6월 이들에게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전달하고 필요한 경우 가정방문까지 마다 않는 등 열과 성을 다했다.

 

교사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담임교사나 비담임교사가 집중지원학생을 중심으로 2~4명 그룹을 형성, 상호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며 문화체험 등 다양한 멘토링 활동을 가졌다. 사제 멘토링에 참여하는 학생 중 온라인 학습관리가 안 되는 학생은 직접 학교로 불러 교사와 함께 학습지도와 진로탐색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 학교 이회성 교감은 “담임과 많은 대화를 통해 학생의 학교생활이 성실해지고 밝은 모습으로 변화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턱스크’도 ‘코스크’도 정말 없었다

그래서일까. 지난 3월 8일 상계제일중에서 만난 학생들은 밝고 구김살 없다. 체육시간, 운동장 반 바퀴를 전력 질주하고도 마스크에 손은 대는 학생이 없다. ‘그래도 중학생들인데…’ 하는 마음에 의심 가득한 눈으로 20여 분을 지켜봤지만, ‘턱스크’도 ‘코스크’도 정말 없었다.

 

스스로를 지킬 줄 아는 아이들. 그러고 보니 이 학교엔 꿈과 끼를 키우는 예체능활동도 활발하다. 학생들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상계제일 오케스트라. 코로나19로 침체된 학교분위기를 살린 1등 공신이다. 답답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 상계제일 오케스트라는 우연한 기회에 만들어졌다. 동아리활동을 마치고 나오던 한 학생이 “선생님 저희도 유튜브 영상 올려요”라는 가벼운 한마디가 단초가 돼 지금은 20명 넘는 단원을 거느린 오케스트라가 됐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학생들은 밤늦은 시간까지 연습을 거듭했고 근 4개월간의 노력 끝에 아름다운 연주곡이 담긴 영상을 제작, 친구들에게 감동을 안겨줬다고 한다.

 

오케스트라만이 아니다. 코로나로 자칫 무산될 뻔했던 축제도 영상으로 진행하면서 언택트 시대가 무색한 열기와 참여를 이끌어냈다. 학생들은 집이나 놀이터에서 자신의 애창곡과 댄스·안무 등을 영상으로 제작, 축제 오디션에 응모했다. 지난해 영상축제에서는 교사들의 숨겨진 모습도 공개돼 학생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이 학교 관계자는 “훌륭한 댄스와 가창력을 보여준 ‘예능교사’들의 모습에 학생과 교사 간 마음의 거리는 한층 더 가까워졌다”고 귀뜸했다.

 

상계제일중을 서울 강북지역 으뜸학교로 만들어낸 강삼구 교장. 지난 2019년 공모교장으로 부임한 그는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한 학교, 안전한 학교와 학생중심 생활지도, 소통하고 공감하는 학교문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교사들과 함께 쉼 없이 달려왔다. 강 교장은 “학교란 교사나 학생 모두에게 가고 싶은 곳, 행복한 곳이어야 한다”면서 “앞으로도 교사들의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과 교육환경 개선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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